1. 서 론
붉은불개미 (Solenopsis invicta Buren, 1972)는 세계자연 보호연맹 (IUCN)이 지정한 세계 100대 외래 악성 침입종으로써 (Lowe et al. 2000), 식물에 피해를 끼침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 피해가 수십 억 달러에 이른다 (Angulo et al. 2022). 붉은불개미가 2017년 9월 부산 감만부두에서 국내 최초로 발견된 이후 수입컨테이너 장치장과 수입화물 검역에서 지속적으로 검출되고 있는데, 이는 국제무역량 증가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기도 하다 (APQA 2024). 특히 붉은불개미는 우리나라와 교역이 빈번한 중국, 동남아, 남미, 미국 등에 분포하므로 (McGlynn 1999), 국내에 정착 및 확산하기 전에 박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대처 방안이라 할 수 있다 (Angulo et al. 2022). 이를 위해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붉은불개미를 비롯한 외래개미류의 국내 유입방지를 위해 공항만구역 및 내륙컨테이너 기지 (ICD) 등 넓은 장소를 주기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특히, 조사원의 접근이 어려운 컨테이너 아래 야적장 바닥은 육안조사가 어렵기 때문에 서식하고 있는 개미류를 탐지하기 위해 주변에 트랩을 설치하여 운용하고 있다.
현재 사용 중인 다단협관트랩은 기존 개미예찰 트랩들 (끈끈이형, 접시형, 함정형)의 단점을 극복하고자 3년 전에 개발되었다 (Stringer et al. 2011;Lee et al. 2022). 다단협 관트랩은 기존 트랩에 비해 한 번 트랩 내부로 들어간 개미가 쉽게 빠져나오기 어려우며, 컨테이너 야드 같은 단단한 바닥 환경에서도 쉽게 설치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하절기 고온과 빗물 유입으로 미끼가 쉽게 부패하는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따라서 빗물 유입을 방지하고 미끼보존 기간을 늘리며 사용 (조작)이 간편하도록 다단협관 트랩을 개선하게 되었으며, 이는 다시 개미 유도관의 직경과 위치에 따라 3종 (협구상단, 광구상단, 광구하단)으로 구분하여 개발하게 되었다 (기존 다단협관트랩은 협구하단으로 분류됨). 유도관의 직경이 크면 개미류가 진입하기는 쉽지만 빗물의 유입에 따른 미끼의 부패와 개미 외의 생물도 진입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유입구의 높이를 낮춰야 개미류가 트랩 본체를 타고 오르는 시간과 노력이 덜 소요될 것이라는 개선 제안이 있었다. 이러한 개선 요구사항에 따라 3종의 개선 트랩을 개발하게 되었다. 따라서 본 연구의 목적은 최초 개미가 트랩으로 들어가는 데 걸리는 시간과 포획 수에 대한 시험을 통해 최적 성능을 가진 트랩을 선발하는 것이다. 성능이 개선된 트랩을 운용함으로써 외래개미류를 신속히 탐지하여 이들의 국내 침입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를 기대한다.
2. 재료 및 방법
2.1. 신형 트랩의 형태
가. 협구상단형 (narrow-top, nt)은 지름 (내경) 80 mm, 높이 47 mm의 원통형 몸체에 개미가 트랩 본체 내부로 들어올 수 있도록 6개의 다단유도관이 벽체로부터 노출되어 있다. 개미유입공의 최초 직경은 4 mm이고 내부로 들어갈 수록 점점 좁아져 최종 직경은 1.6 mm이며 바닥으로부터 33 mm 높이에 위치한다 (Fig. 1A).
나. 광구상단형 (wide-top, wt)은 개미유입공의 직경을 제외한 모든 제원이 협구상단형과 동일하다. 개미유입공의 최초 직경은 10 mm, 최종 직경은 1.6 mm이며 바닥으로부터 33 mm 높이에 위치한다 (Fig. 1B).
다. 광구하단형 (wide-bottom, wb)은 지름 (내경) 50 mm, 높이 30 mm의 원통형 몸체에 동일하게 6개의 다단유도관이 벽체에 형성되어 있다. 개미유입공의 최초 직경은 10 mm, 최종 직경은 1.6 mm이며 바닥으로부터 15 mm 높이에 위치한다 (Fig. 1C).
트랩의 개미유입공 (Fig. 2A, B의 ‘adaptor’)은 빗물이 들어가는 주요 통로가 될 수 있으므로 빗물의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덮개 가드 (Fig. 1 A, B, C에서 ‘cap’)는 끝단이 유입공 아래까지 이루게 하고 개미가 충분히 이동할 수 있게 유입공과 5 mm 이격 거리를 두었다. 미끼통 (Fig. 1D의 c 및 Fig. 2A의 ‘bait tube’)은 유인물질이 트랩 외부로 확산될 수 있게 벽면에 원형의 구멍을 뚫었고 (Fig. 2D의 ‘attractant vent’), 유인미끼 투입과 교체가 용이하도록 덮개 안쪽 캡 (Fig. 2C의 ‘tube cap’)을 돌려서 탈부착할 수 있도록 했다. 유입공의 끝부분은 쥐며느리, 소형 딱정벌레, 달팽이, 지렁이 등 개미류 이외의 종 유입을 차단할 수 있게 지름을 설정하였다. 개미의 유인율을 높이고 트랩 내부로 들어간 개미의 탈출이 어렵도록 끈적이는 액상 당류를 트랩 내부 하단에 채웠다 (Figs. 1D and 2).
2.2. 개선 트랩 성능시험
2.2.1. 최초 포획 소요 시간
트랩 성능시험에 있어 개미류가 얼마나 빠른 시간에 트랩 안으로 유인되는지는 외래개미류의 조기탐지라는 목적에 있어 중요한 평가지표이다. 이를 위해 개선된 트랩 3종과 기존 트랩인 다단협관유도트랩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공격성이 강한 주름개미 (Tetramorium tsushimae Emery, 1925) 군체 입구를 중심으로 1.5 m 떨어 진 지점에 각각의 트랩을 설치하였다 (Kim et al. 2025). 각 군체들은 그 규모를 직접적으로 확인해보지는 못했으나, 사전에 주름개미의 존재와 충분한 활동이 확인된 군체들 이었다. 트랩은 2025년 4월 한달간 오전 8시부터 부산항과 광양항 내부의 초지에서 운용하였고 위의 4종의 트랩에 대해 총 15반복으로 실험하였다. 유인미끼로 햄을 미끼통 내에 2/3 정도 채우고 포살제로 액상 당류를 트랩 내부에 약 5 mm 높이로 부어 유인된 개미가 달라붙어 도망가지 못하게 하였다. 시간 측정은 트랩 설치 후 5, 10, 20, 30, 40, 50, 60, 120, 180분까지 9회였으며, 트랩 내로 유인된 개미가 누적하여 3마리 이상이 되는 시점을 최초 포획 소요 시간으로 정하였다.
2.2.2. 포획 수
트랩 내에 얼마나 많은 개미류가 잡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최초 포획 소요 시간 시험과 동일한 시간과 장소에서 시험을 실시하였다. 총 6시간 동안 트랩을 운용한 뒤 트랩 내에 최종 포획된 개미 개체수를 계수하였으며, 3종의 신형 트랩과 기존의 트랩 (narrow-bottom, nb), 총 4종의 트랩에 대해 15반복 시험을 수행하였다.
2.3. 통계분석
트랩 종류에 따른 최초 포획 소요 시간과 포획 수의 차이는 One-way ANOVA 분석을 실시했으며 (Lambert 2023), 사후검정으로는 Tukey HSD를 적용하였다 (Barnette and McLean 1988). ANOVA 적용 전, 정규성은 Shapiro-Wilk 검정으로 (Shapiro and Wilk 1965), 등분산성은 Levene 검정으로 확인하였으며 (Levene 1960), 유의수준은 α=0.05로 설정하였다. 포획 수 검정과 관련하여, 장소별로 개미 군체의 크기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트랩에 포획된 개미수를 그대로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각 세트별로 포획된 개미 수를 평균이 0, 표준편차가 1 인 표준정규화를 수행하여 군체 크기에 따른 변인을 제거 하였다. 모든 통계 분석은 Python 3.11.4에서 수행했는데, 정규성 검정 및 등분산성 검정은 SciPy 함수를, 일원분산분석 (ANOVA)은 statsmodels 및 SciPy 함수를 사용하였고, 다중비교 사후검정은 statsmodels.stats.multicomp 모듈의 Tukey HSD를 적용하였다.
3. 결과 및 고찰
기존 트랩인 다단협관유도트랩 (협구하단, nb)과 3종의 개선 트랩에 대해 트랩 설치 후 개미류가 포획되는 최초 소요 시간 비교실험 결과, 광구하단형 (wb)이 평균 19±15분이 소요되어 가장 빠르게, 협구상단형 (nt)이 평균 54±27 분으로 가장 느리게 포획됨으로써 트랩 종류에 따른 최초 포획 소요 시간에 유의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F3,56=9.73, p<0.001). 광구상단형 (wt)은 25±12분, 협구하단형은 44±21분이 소요되었다. 개선트랩 가운데 가장 적은 소요 시간을 보인 광구하단형과 기존트랩인 협구 하단형 간의 평균 소요 시간 차이는 약 25분이었으며 사후 검정 결과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p=0.005). 광구상단형과 광구하단형 간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으며 (p=0.888), 협구상단형과 협구하단형 간에도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p=0.540). 이는 개미 포획 최초 소요 시간에는 개미 유입 공의 위치 (상단, 하단)가 중요하지 않고, 형태 (광구가 협구 보다 유리함)가 중요함을 시사한다 (Fig. 3).
트랩종류별 표준화 이전의 포획 수 원시 데이터를 통한 순서는 광구하단형 (328±235), 광구상단형 (215±144), 협구하단형 (171±107), 협구상단형 (107±87)이었다. 그러나 재료 및 방법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개미 군체별로 군체형성 시기나 영양상태 등이 다르므로 군체의 크기가 같을 수 없다. 따라서 트랩별 개미 포획수의 비교는 Z-표준화 값으로 비교했는데, 광구하단형이 0.76±1.22로 가장 많이 포획했으며, 협구상단형이 -0.45±0.67로 가장 적게 포획함으로써 트랩 종류에 따른 포획 수의 유의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F3,56=6.91, p<0.001). 사후검정 결과 가장 큰 차이가 있는 트랩 조합은 광구하단형-협구상단형이었으며 (차이: 1.21, p<0.001), 그 외 유의한 차이가 있는 조합은 광구상단-광구하단 (차이: - 0.80, p=0.039), 광구하단-협구하단 (차이: 0.77, p=0.023)이었다. 반면에 협구상단-협구하단, 광구상단-협구하단, 광구상단-협구상단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이상의 결과를 통해 개미 포획 수는 광구하단이 가장 효과적이며, 광구상단은 비효율적이며, 협구는 위치 (상단, 하단)와 상관 없이 비효율적임을 알 수 있다 (Fig. 4).
이상의 두 종류의 성능시험을 종합하면, 광구하단형 트랩이 최초 포획 소요 시간과 포획 수 모두에서 가장 우수한 트랩의 형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트랩의 대상생물은 붉은불개미와 같은 외래개미이므로 시험에 사용한 개미도 같은 외래개미여야 하는 것이 논리적으로나, 생태학적으로 타당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량의 외래개미를 대상으로 국내에서 실험을 수행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붉은불개미 같이 지표면 먹이탐색 성향이 강하고, 타군체에 대한 공격성이 높은 주름개미를 이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적절하다고 판단하였다 (Sanada-Morimura et al. 2006). 이 부분은 향후 붉은불개미가 서식하는 국가에서 본 트랩의 효과 확인 시험을 통해 검증하고자 한다.
본 연구를 통해 기존트랩의 단점이 개선되고 최적 효율을 갖는 트랩을 개발하였으며, 점진적으로 광구하단형 트랩으로 모든 트랩을 교체함으로써 외래개미류의 효과적인 조기탐지 및 국내유입 차단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적 요
붉은불개미 (Solenopsis invicta Buren, 1972)는 2017년 부산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지속적으로 검출되고 있는 세계적 침입종이다. 본 연구는 기존 다단협관유도트랩의 한계를 보완한 3종의 개선형 트랩 (협구상단, 광구상단, 광구하단)의 성능을 평가하였다. 주름개미 (Tetramorium tsushimae) 군체 주변에 트랩을 설치하여 최초 포획 소요 시간과 6시간 후 포획 수를 비교하였으며, 15회 반복 결과를 ANOVA와 Tukey HSD로 분석하였다. 광구하단형은 최초 포획 시간 (19분)과 포획 수 (Z=0.76)에서 가장 우수하였고, 협구상단형은 가장 부진하였다. 이상의 결과는 광구하단형이 외래개미류 조기탐지에 가장 적합한 트랩임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