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수온은 해양생물의 성장, 대사, 생리, 분포 및 섭식활동을 조절하는 핵심 환경요인이다 (Akhter et al. 2021). 특히 조식동물의 먹이 섭식률은 수온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일반적으로 생리적 적정 범위 내에서는 수온 증가와 함께 상승하지만 한계 수온에 도달하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Siikavuopio et al. 2006;Feng et al. 2021). 따라서 수온 변화는 조식동물의 섭식압을 변화시킴으로써 해조류 군락의 안정성과 연안 암반 생태계의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해양 온난화는 전 세계 연안 생태계의 주요 교란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연안에서도 뚜렷한 표층 수온 상승이 보고되고 있다. 특히 동해의 수온 상승 폭은 서해와 남해보다 크게 나타나며, 이는 수온 극전선의 북상과 대마난류의 강화와 관련된 것으로 해석된다 (NIFS 2024). 이러한 수온 상승과 함께 동해 연안에서는 대형 해조류 군락이 감소하고 무절석회조류가 우점하는 갯녹음 현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최근 국내 연구에서도 해조류의 생장, 성숙 및 형태적 특성이 수온과 계절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이 보고되고 있다. 예를 들어, 감태 Ecklonia cava 양식 개체군의 주요 형태 형질은 월별로 뚜렷한 변화를 보였으며 (Kim et al. 2024), 갈조류 Ishige okamurae의 생장과 성숙 시기 역시 자연 서식지의 환경 조건 및 계절 변화와 밀접하게 관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Lim et al. 2024). 또한 김류의 초기 생장 단계에서도 수온과 광조건 등 환경 스트레스가 생장 특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어 (Lee et al. 2024), 수온 상승은 조식동물의 섭식활동뿐만 아니라 먹이 자원인 해조류의 생장 상태와 이용 가능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갯녹음과 해조장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조식동물의 섭식압과 함께 해조류 군락 자체의 계절적 생장 특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갯녹음은 수온 상승, 영양염 변화, 물리적 교란 및 조식동물의 섭식압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동해 연안에서는 특히 조식동물의 섭식압과 수온 상승이 중요한 요인으로 제시되고 있다 (FIRA 2017;Park and Lee 2023).
동해 연안에서 둥근성게 (Mesocentrotus nudus)는 대표적인 조식성 극피동물로, 해조류 군락에 강한 섭식압을 가할 수 있는 주요 종으로 알려져 있다 (Kim et al. 2007;Yoo et al. 2007). 반면 소라 (Turbo sazae)는 비교적 온난한 해역에 적응한 조식성 복족류로, 최근 수온 상승과 함께 동해 연안으로 분포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Son et al. 2020;Cho et al. 2025). 따라서 동해 연안 해조장에서는 기존 주요 조식동물인 둥근성게와 새롭게 밀도가 증가하고 있는 소라의 섭식 영향을 함께 평가할 필요가 있다.
선행 연구에서는 수온 상승에 따라 소라와 둥근성게의 먹이 섭식률이 달라질 수 있음이 보고되었다. Seo and Koo (2023)는 다시마 (Saccharina japonica)를 단일 먹이로 제공하여 5~25°C 범위에서 두 종의 먹이 섭식률을 비교하였으며, 소라는 수온 상승에 따라 먹이 섭식률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고, 둥근성게는 15~20°C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먹이 섭식률을 보였다. 그러나 조식동물의 먹이 섭식률은 수온뿐만 아니라 계절, 생식주기, 개체의 생리상태 및 먹이 조건에 의해서도 조절될 수 있다. 특히 동해 연안의 저수온기는 낮은 수온 조건과 계절적 생리상태가 함께 작용하는 시기이므로, 실험적 수온 상승이 실제로 먹이 섭식률 증가로 이어지는지는 별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존 연구는 주로 여름철 또는 가을철에 수행되었으며 (Ding et al. 2020;Yang et al. 2021;Seo and Koo 2023), 저수온기에서 두 종의 먹이 섭식 반응 연구는 여전히 부족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동해 연안 저수온기 조건에서 실험적 수온 상승이 소라와 둥근성게의 먹이 섭식률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두 종의 해조류별 섭식 양상과 종 간 먹이 섭식률 차이를 비교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현장 수온과 유사한 10°C 조건과 현장 수온보다 약 10°C 높은 20°C 조건에서 3종의 해조류를 먹이로 제공하여 먹이 섭식률을 산출하고 섭식 양상을 비교하였다. 본 연구는 저수온기 소라와 둥근성게의 먹이 섭식률이 수온 상승에 따라 증가할 것이라는 가설을 검증함과 동시에, 저수온기 조식동물의 먹이 섭식 반응이 수온 상승만으로 설명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자 하였다.
2. 재료 및 방법
2.1. 실험생물 및 수온 조건
본 연구는 동해 연안 저수온기 조건에서 실험적 수온 상승이 소라 (T. sazae)와 둥근성게 (M. nudus)의 먹이 섭식률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2024년 1월부터 4월까지 수행하였다. 10°C 조건의 실험은 2024년 1, 2월에, 20°C 조건의 실험은 2024년 3, 4월에 수행하였다. 실험 기간 동안 울진 봉수항의 현장 수온은 10~12°C 범위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현장 수온과 유사한 10°C를 조건으로 설정하였다. 또한 저수온기 수온 상승 조건을 모의하기 위해 현장 수온보다 약 10°C 높은 20°C를 조건으로 설정하였다.
실험생물은 울진 주변 해역에서 채집하였으며, 현장 해수가 담긴 용기에 수용하여 실험실로 운반하였다. 운반된 개체는 60 L 수조에 수용한 후 순치하였다. 초기 순치 수온은 울진 봉수항의 표층 수온을 기준으로 설정하였으며, 순치 기간 동안 먹이는 공급하지 않았다. 해수는 울진 봉수항에서 채수한 자연해수를 사용하여 3일 간격으로 교환하였다.
실험 수온은 초기 순치 수온에서 3일 동안 점진적으로 조절하여 목표 수온인 10°C 또는 20°C에 도달하도록 하였으며, 목표 수온 도달 후 2일간 추가로 순치하였다. 총 5일간의 순치 후 활동성이 양호하고 외형적 손상이 없는 개체를 선별하여 실험에 사용하였다. 각 수온 조건에서 소라와 둥근성게 각각 6개체를 사용하였으나, 조건의 둥근성게 실험에서는 실험 중 1개체가 폐사하여 최종 분석에는 5개체를 사용하였다.
실험 전 소라는 각장 (shell width), 각고 (shell height) 및 습중량 (wet weight)을 측정하였고, 둥근성게는 직경 (diameter)과 습중량을 측정하였다. 각장, 각고 및 직경은 0.01 mm 정밀도의 버니어 캘리퍼스 (CD-P20S; Mitutoyo Corporation, Kawasaki, Kanagawa, Japan)로 측정하였으며, 습중량은 0.001 g 정밀도의 전자저울 (STX223KR; OHAUS Corporation, Parsippany, NJ, USA)을 이용하여 측정하였다.
2.2. 실험 시스템
먹이 섭식률 실험은 60 L 메인수조 1개와 12 L 실험수조 3개가 연결된 순환식 mesocosm 시스템에서 수행하였다. 메인수조의 크기는 35 cm×35 cm×50 cm (W×L×H), 실험수조의 크기는 20 cm×20 cm×30 cm (W×L×H)였다. 메인수조에는 목표 수온 유지를 위해 냉각기 (DBA-075; Daeil Co., Ltd., Busan, Korea)와 히터 (OKE-100; Sewon OKE Co., Ltd., Busan, Korea)를 설치하였고, 수조 내 해수 혼합과 수질 유지를 위해 수류 발생기 (TWP60; 1AQUA, Seoul, Korea), 스키머 (Quantum 120; NYOS Aquatics GmbH, Korntal-Münchingen, Germany) 및 산소 공급 장치 (KK-180; King Kong, China)를 사용하였다.
해수는 펌프 (SFDP1-030-055-42 SEAFLO; Xiamen, Fujian, China)를 이용하여 메인수조에서 각 실험수조로 순환되도록 하였으며, 각 실험수조의 해수량은 유입구와 유출구를 통해 12 L로 유지하였다. 실험수조에는 개체 간 상호작용을 배제하기 위해 1개체씩 수용하였다. 총 3개의 메인수조와 9개의 실험수조를 사용하였으며, 이 중 2개의 메인수조는 실험생물을 배치한 실험구로, 1개의 메인수조는 실험생물이 없는 대조구로 사용하였다. 대조구는 섭식과 무관하게 발생할 수 있는 해조류의 자연적인 습중량 변화를 보정하기 위해 운영하였다.
실험 시스템은 항온·항습 챔버 내에 설치하였으며, 광주기는 12 h light : 12 h dark 조건으로 유지하였다. 각 실험수조의 수온은 냉각기와 히터를 이용하여 각각의 목표 수온인 10°C 또는 20°C로 유지하였다 (Fig. 1).
2.3. 먹이 섭식률 실험
먹이 섭식률 실험은 소라와 둥근성게를 대상으로 현장 수온과 유사한 조건과 수온 상승을 모의한 조건에서 각각 5일간 수행하였다. 실험 먹이로는 녹조류 청각 (Codium fragile), 갈조류 다시마 (S. japonica), 홍조류 우뭇가사리 (Gelidium amansii)를 사용하였다. 이들 해조류는 울진 및 동해 연안에서 출현이 보고된 종을 포함하며, 녹조류, 갈조류 및 홍조류에 대한 상대적 섭식 양상을 비교하기 위해 선정하였다 (Choi et al. 2006;Kim et al. 2012;Kim et al. 2014). 특히 다시마는 기존 조식동물 섭식률 연구에서 널리 사용된 먹이로서 선행 연구와의 비교를 위해 포함하였다.
실험에 사용한 해조류는 모두 건조 상태의 해조류를 이용하였으며, 실험 시작 2일 전 해수에 침지하여 충분히 수화시킨 후 사용하였다. 각 해조류는 실험수조에 공급하기 전 와이프올을 이용하여 표면 수분을 제거한 뒤 초기 습중량을 측정하였다. 이후 청각, 다시마 및 우뭇가사리를 각각 20 g씩 계량하여 각 실험수조에 동시에 공급하였다.
먹이는 24시간 간격으로 교체하였다. 먹이 교체 시 잔존 해조류를 종류별로 회수하여 표면 수분을 제거한 후 습중량을 측정하였으며, 새로운 먹이를 다시 공급하였다. 동일한 절차는 실험 기간 5일 동안 반복하였다. 대조구에도 실험구와 동일한 종류와 양의 해조류를 공급하여 해조류 자체의 자연적인 습중량 변화를 측정하였다. 모든 해조류 습중량은 0.001 g 정밀도의 전자저울을 이용하여 측정하였다.
실험 종료 후 소라는 각장, 각고 및 습중량을 다시 측정하였고, 둥근성게는 직경과 습중량을 측정하였다. 또한 소라는 단위 생체량당 먹이 섭식률 산출을 위해 패각을 제거한 후 육질부 습중량 (flesh wet weight)을 측정하였다.
2.4. 먹이 섭식률 산출
해조류 섭식량은 초기 공급한 해조류의 습중량과 24시간 후 잔존한 해조류의 습중량 차이를 이용하여 계산하였다. 이때 대조구에서 측정된 해조류의 습중량 변화량을 이용하여 섭식과 무관한 자연적인 중량 변화를 보정하였다.
각 해조류의 보정 섭식량은 다음 식으로 산출하였다.
여기서 은 24시간 동안의 보정 해조류 섭식량 (g), 는 실험구에 공급한 초기 해조류 습중량 (g), 는 24시간 후 실험구의 잔존 해조류 습중량 (g), 는 대조구에서 24시간 동안 발생한 해조류 습중량 변화량을 의미한다. 는 대조구의 초기 해조류 습중량 ()과 24시간 후 잔존 해조류 습중량 ()의 차이 (−)로 산출하였다.
총 해조류 섭식량은 실험 기간 동안 섭식된 3종 해조류의 보정 섭식량을 합산하여 산출하였다. 이후 개체 크기 차이를 보정하기 위해 총 섭식량을 실험생물의 습중량과 실험 기간으로 표준화하여 단위 습중량당 먹이 섭식률을 산출하였다.
여기서 은 단위 습중량당 먹이 섭식률 (g g-1 d-1), 은 3종 해조류의 총 보정 섭식량 (g), 는 실험생물의 습중량 (g), 는 실험 기간 (d)을 의미한다. 해조류별 먹이 섭식률은 각 해조류의 보정 섭식량을 동일한 방식으로 표준화하여 산출하였다.
산출된 먹이 섭식률을 이용하여 와 조건 간 섭식률 차이를 비교하였고, 해조류별 섭식률을 바탕으로 해조류별 상대적 섭식 양상을 평가하였다. 또한 동일 수온 조건에서 소라와 둥근성게의 총 먹이 섭식률 및 해조류별 먹이 섭식률을 비교하였다.
2.5. 통계분석
실험 전후 실험생물의 형태 및 중량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소라는 각장, 각고 및 습중량을, 둥근성게는 직경과 습중량을 비교하였다. 동일 개체의 실험 전후 변화는 paired t-test를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조건 간 실험 개체의 형태 및 중량 차이, 와 조건 간 단위 습중량당 먹이 섭식률 차이, 그리고 동일 수온 조건에서 소라와 둥근성게 간 총 먹이 섭식률 차이는 independent two-sample t-test를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해조류별 섭식 양상은 동일 개체에 동시에 제공된 3종 해조류에 대한 해조류별 먹이 섭식률을 바탕으로 평가하였다. 해조류 간 섭식률 차이는 각 개체에서 산출한 해조류별 섭식률 자료를 이용하여 비교하였다.
모든 통계분석은 IBM SPSS Statistics software (IBM Corp., Armonk, NY, USA)를 이용하여 수행하였으며, p<0.05 수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3. 결 과
3.1. 실험 개체의 형태 및 생체량
및 수온 조건에서 소라의 먹이 섭식률 실험 전후 형태 및 생체량 변화를 비교한 결과, 평균 각장, 각고 및 습중량은 실험 전과 실험 후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 : n=6; Table 1). 둥근성게에서도 와 조건 모두에서 실험 전후 평균 직경과 습중량의 유의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 n=5; : n=6; Table 1).
수온 조건별 실험 개체의 형태적 특성을 비교한 결과, 소라의 평균 각장, 각고, 습중량 및 육질부 습중량은 조건에서 조건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 : n=6; Table 2). 둥근성게에서도 평균 직경과 습중량이 조건에서 조건보다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 (: n=5; : n=6; Table 2). 따라서 이후 먹이 섭식률 비교에서는 개체 크기 차이를 보정하기 위해 단위 습중량당 먹이 섭식률을 이용하였다.
3.2. 수온 조건별 소라와 둥근성게의 먹이 섭식률
조건에서 소라의 일일 단위 습중량당 먹이 섭식률은 실험 1일차에서 5일차로 진행될수록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Fig. 2a). 반면 조건에서는 실험 2일차 이후 먹이 섭식률이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Fig. 2b). 와 조건에서 소라의 평균 단위 습중량당 먹이 섭식률은 각각 0.025 g g-1 d-1 및 0.030 g g-1 d-1로, 조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값을 보였으나 두 수온 조건 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p>0.05; Fig. 4a).
둥근성게의 경우, 조건에서 일일 단위 습중량당 먹이 섭식률은 실험 기간 동안 비교적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되는 경향을 보였다 (Fig. 3a). 조건에서는 실험 3일차부터 먹이 섭식률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실험 5일차에 가장 높은 값을 나타냈다 (Fig. 3b). 와 조건에서 둥근성게의 평균 단위 습중량당 먹이 섭식률은 각각 0.043 g g-1 d-1 및 0.047 g g-1 d-1로, 조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값을 보였으나 두 수온 조건 간 유의한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p>0.05; Fig. 4b).
3.3. 해조류 종류별 먹이 섭식률
소라와 둥근성게의 해조류별 단위 습중량당 먹이 섭식률을 비교한 결과, 두 수온 조건 모두에서 다시마의 섭식률이 3종의 해조류 중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우뭇가사리의 섭식률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Fig. 5a, b).
소라의 경우 조건에서 다시마의 먹이 섭식률이 청각 및 우뭇가사리보다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 (p<0.05; Table 3). 둥근성게는 및 조건 모두에서 다시마의 먹이 섭식률이 다른 두 해조류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p<0.05; Table 3).
3.4. 종 간 먹이 섭식률 비교
동일 수온 조건에서 소라와 둥근성게의 단위 습중량당 총 먹이 섭식률을 비교한 결과, 두 수온 조건 모두에서 둥근성게의 먹이 섭식률이 소라보다 높게 나타났다 (Table 3).
t0 조건에서 소라와 둥근성게의 단위 습중량당 총 먹이 섭식률은 각각 0.025±0.003 g g-1 d-1 및 0.043±0.011 g g-1 d-1로 나타났으며, 둥근성게가 소라보다 유의하게 높은 값을 보였다 (p<0.05). 조건에서도 소라와 둥근성게의 단위 습중량당 총 먹이 섭식률은 각각 0.030±0.007 g g-1 d-1 및 0.047±0.017 g g-1 d-1로 나타났으며, 둥근성게가 소라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p<0.05). 이러한 결과는 두 수온 조건 모두에서 둥근성게의 단위 습중량당 총 먹이 섭식률이 소라보다 높았음을 나타낸다.
4. 고 찰
4.1. 저수온기 수온 상승에 따른 먹이 섭식률 반응
본 연구는 동해 연안 저수온기 조건에서 실험적 수온 상승이 소라 (T. sazae)와 둥근성게 (M. nudus)의 먹이 섭식률 및 제공된 3종의 해조류 간 상대적 섭식 양상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였다. 10°C와 20°C 조건에서 두 종의 먹이 섭식률을 비교한 결과, 두 종 모두 20°C에서 평균 먹이 섭식률이 다소 높게 나타났으나, 수온 조건 간 유의한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본 연구 결과만으로는 저수온기 실험적 수온 상승이 두 조식동물의 먹이 섭식률을 유의하게 증가시켰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이는 저수온기 조식동물의 먹이 섭식 반응이 수온 변화만으로 결정되기보다는, 실험 시기와 현장 개체의 계절적 생리상태에 의해 함께 조절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Seo and Koo (2023)의 결과와 비교하면 이러한 해석은 더욱 명확해진다. 해당 연구에서 10°C와 20°C 조건의 다시마에 대한 습중량당 먹이 섭식률은 소라가 각각 0.032 및 0.062 g g-1 d-1, 둥근성게가 각각 0.007 및 0.010 g g-1 d-1로 보고되었다. 반면 본 연구에서 다시마에 대한 습중량당 먹이 섭식률은 소라가 10°C와 20°C에서 각각 0.012 및 0.018 g g-1 d-1였고, 둥근성게는 각각 0.026 및 0.035 g g-1 d-1였다. 즉, 동일한 10°C와 20°C 조건을 비교하더라도 Seo and Koo (2023)에서는 소라의 다시마 섭식률이 둥근성게보다 높았던 반면, 본 연구에서는 둥근성게의 다시마 섭식률이 소라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차이는 실험 시기, 먹이 제공 방식, 개체 크기 및 계절적 생리상태의 차이와 관련될 수 있다. Seo and Koo (2023)는 가을철에 다시마 단일 먹이를 제공한 반면, 본 연구는 동해 연안의 저수온기에 해당하는 1~4월 동안 청각 (C. fragile), 다시마 (S. japonica), 우뭇가사리 (G. amansii)를 동시에 제공하였다. 따라서 두 연구의 결과 차이는 단순한 수온 효과의 차이라기보다, 계절에 따른 개체의 생리상태와 먹이 선택 조건의 차이가 함께 반영된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4.2. 계절적 생리상태와 생식주기의 영향
해양무척추동물의 섭식활동은 수온과 같은 외부 환경요인뿐만 아니라 생체 내재리듬 (endogenous rhythm)에 의해서도 조절될 수 있다. 내재리듬은 생물체가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나타내는 주기적 생리 현상으로, 일주기, 조석주기, 계절주기 및 연주기 리듬 등을 포함한다 (Son et al. 2010). 해양무척추동물에서도 환형동물, 극피동물 및 연체동물 등 다양한 분류군에서 광주기, 조석, 수온 및 생식주기와 관련된 생체리듬이 보고되어 있다 (Tessmar-Raible et al. 2011). 따라서 본 연구에서 수온 조건 간 먹이 섭식률 차이가 뚜렷하지 않았던 결과는 저수온기 개체의 계절적 생리상태 또는 내재리듬이 섭식활동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생식주기는 조식동물의 먹이 섭식률을 조절하는 중요한 내재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둥근성게의 생식주기는 성장기, 초기 성숙기, 후기 성숙기, 산란기 및 회복기로 구분되며, 월별로는 1~4월 성장기, 5~6월 초기 성숙기, 7~8월 후기 성숙기, 9~10월 산란기, 11~12월 회복기로 보고되어 있다 (Fuji 1960). 또한 둥근성게의 생식소지수는 1월부터 7월까지 증가하여 8월에 최고치를 보이는 반면, 소화관지수는 11월부터 증가하다가 8월에 최저치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ano et al. 2001). 이러한 상반된 변화는 성게류의 체강이 석회질 외골격으로 제한되어 있어 생식소 발달이 소화관의 공간적·기능적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Unuma et al. 2015). 따라서 저수온기 성장기에 해당하는 개체에서는 수온 증가에 따른 먹이 섭식률 상승 효과가 생식주기와 소화기관 상태에 의해 제한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소라 역시 성장기, 초기 성숙기, 후기 성숙기, 산란기 및 회복기의 생식주기를 보이며, 1~3월 성장기, 4~5월 초기 성숙기, 6~7월 후기 성숙기, 8~9월 산란기, 10~12월 회복기로 구분된다 (Lee et al. 2014). 그러나 소라의 경우 생식주기와 먹이 섭식률 간의 직접적인 관계를 검토한 연구는 아직 제한적이다. 본 연구에서 소라의 수온 조건 간 먹이 섭식률 차이가 유의하지 않았다는 결과는, 소라의 저수온기 섭식활동을 이해하기 위해 생식소 발달 단계, 에너지 배분 및 계절적 생리상태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4.3. 제공된 해조류 간 상대적 섭식 양상과 먹이 선택의 한계
본 연구에서는 두 수온 조건 모두에서 소라와 둥근성게의 다시마 평균 섭식률이 제공된 3종의 해조류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만 통계적으로는 소라의 경우 20°C 조건에서, 둥근성게의 경우 10°C 및 20°C 조건 모두에서 다시마 섭식률이 다른 해조류보다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 소라는 성장 단계에 따라 먹이 이용 양상이 달라지며, 어린 개체는 석회질 외골격 형성과 은신에 유리한 산호조류를 주로 이용하는 반면, 성체 단계에서는 갈조류 이용 비중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Hayakawa et al. 2018). 본 연구에 사용된 소라는 성체 크기의 개체였으므로, 다시마에 대한 높은 섭식률은 성장 단계에 따른 먹이 이용 특성과 관련된 것으로 판단된다.
둥근성게에서도 다시마에 대한 높은 섭식률이 확인되었다. 둥근성게가 속한 Strongylocentrotidae는 다시마, 미역, 모자반류와 같은 갈조류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Kim et al. 2007), 이는 갈조류에 포함된 알긴산과 만니톨을 소화효소를 통해 효율적으로 분해하고 흡수할 수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Yang et al. 2021). 다만 갈조류라 하더라도 미끈뼈대그물말 (Desmarestia divaricata)과 같이 화학적 방어물질을 함유하거나 방출하는 해조류는 성게류의 선호도가 낮을 수 있다 (Yang et al. 2021). 따라서 조식동물의 해조류 선택은 해조류의 분류군뿐만 아니라 조직 특성, 영양성분, 소화 효율 및 화학적 방어 특성에 의해 복합적으로 결정될 수 있다.
두 종 모두 다시마를 가장 많이 섭식하는 경향을 보인 결과는 저수온기 현장에서 먹이 자원이 제한될 경우 두 종 사이에 먹이 이용 중복이 발생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실험에 사용된 청각, 다시마 및 우뭇가사리의 자연 서식지 내 분포와 서식 수심의 차이를 실험 설계에 직접 반영하지 못하였다. 또한 3종의 해조류를 동시에 제공하였기 때문에, 다시마가 없는 조건에서 청각과 우뭇가사리가 대체 먹이로 이용될 수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의 해조류별 섭식 결과는 특정 해조류에 대한 절대적 선호도를 의미하기보다는, 제공된 3종 해조류 조건에서 나타난 상대적 섭식 양상으로 제한하여 해석할 필요가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소라와 둥근성게의 실제 서식처에서 출현하는 해조류를 중심으로 먹이생물을 선정하고, 단독 먹이 제공 실험과 조합 먹이 제공 실험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4.4. 종 간 먹이 섭식률 차이와 잠재적 섭식압
종 간 비교에서는 두 수온 조건 모두에서 둥근성게의 먹이 섭식률이 소라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저수온기 조건에서 둥근성게가 소라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섭식활동을 유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소라는 비교적 온난한 해역에 적응한 종으로, 서식 수온 범위가 대체로 14~25°C이며 표층 수온이 14°C 이상일 때 생식세포 형성이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ee et al. 2014). 반면 둥근성게는 온대성 성게류로, 10~24°C 범위의 수온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Feng et al. 2021). 울진 연안의 저수온기 평균 수온이 약 11.5°C임을 고려하면 (NIFS 2024), 저수온기 환경에서는 소라보다 둥근성게가 더 안정적으로 섭식활동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동해 연안 해조장에서는 저수온기에도 둥근성게가 중요한 조식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자연 해역에서의 실제 섭식압은 개체별 섭식률뿐만 아니라 서식밀도와 개체 간 상호작용 등에 의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본 연구 결과를 군집 수준의 섭식압으로 확대하여 해석하는 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4.5. 연구의 제한점과 향후 연구 방향
본 연구의 주요 제한점은 수온 조건 간 실험 개체의 크기와 습중량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개체 크기와 체중은 조식동물의 먹이 섭식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다 (Wernberg et al. 2008). 본 연구에서 각 수온 조건 내에서는 실험 전후 개체 크기와 습중량의 유의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으나, 10°C와 20°C 조건 간에는 소라의 각장, 각고, 습중량 및 육질부 습중량, 그리고 둥근성게의 직경과 습중량에서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었다. 다만 선행 연구의 연령-크기 관계와 비교했을 때, 본 연구에 사용된 소라와 둥근성게는 각각 동일한 연령 범위에 속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Jang 2002;Agatsuma et al. 2005).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체 크기, 연령 및 생리상태가 먹이 섭식률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히 분리하기 위해서는 향후 크기와 연령을 보다 엄격히 통제한 실험 설계가 필요하다.
또한 본 연구의 10°C 실험과 20°C 실험은 서로 다른 시기에 수행되었기 때문에, 수온 효과와 실험 시기 또는 계절적 생리상태의 효과를 완전히 분리하기 어렵다. 이는 본 연구 결과를 해석할 때 고려해야 할 중요한 제한점이다. 향후 연구에서는 동일한 시기에 수온 처리구를 병렬적으로 운영하고, 생식소지수, 소화관지수, 생식 단계 및 개체 생리상태를 함께 측정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본 연구에서는 실험생물을 목표 수온 조건에 도달하도록 일정한 순치 과정을 거친 후 실험에 사용하였으나, 서로 다른 순치 기간에 따른 생리적 적응과 섭식률의 변화는 별도로 평가하지 못하였다. 또한 개체 간 상호작용을 배제하기 위해 각 실험수조에 실험생물 1개체씩을 수용하였으므로, 본 연구 결과는 밀도 의존적 섭식반응이나 자연 해역에서의 군집 수준의 섭식압을 직접적으로 반영하지 못한다. 향후 연구에서는 순치 기간과 서식밀도를 달리한 실험을 통해 이러한 요인이 조식동물의 먹이 섭식률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검증할 필요가 있다.
최근 국내 연구들은 연안 식생과 저서생태계가 수온, 계절성 및 지역적 환경 조건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감태의 형태 형질은 월별로 변화하며 (Kim et al. 2024), 갈조류의 생장과 성숙도 자연 서식지의 계절적 환경 조건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Lim et al. 2024). 또한 김류의 초기 생장 단계는 수온과 광조건 등 환경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으며 (Lee et al. 2024), 해양보호구역 내 잘피밭의 분포와 탄소저장 기능은 연안 식생 서식지의 생태적 중요성을 보여준다 (Ku et al. 2026). 동해 남부 연안의 저서생물 군집 역시 지역적 환경 조건에 따라 구조적 차이를 보이므로 (Yoon et al. 2026), 조식동물의 섭식압을 평가할 때에는 수온 조건뿐만 아니라 먹이 해조류의 계절적 상태, 서식지 구조 및 지역적 생태계 특성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접근은 동해 연안에서 수온 상승과 조식동물 섭식압이 해조류 군락 및 갯녹음 현상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정밀하게 평가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5. 결 론
본 연구는 동해 연안 저수온기 조건에서 실험적 수온 상승이 소라 (T. sazae)와 둥근성게 (M. nudus)의 먹이 섭식률 및 제공된 3종의 해조류 간 상대적 섭식 양상을 평가하였다. 10°C와 20°C 조건에서 두 종의 먹이 섭식률을 비교한 결과, 소라와 둥근성게 모두 20°C에서 평균 먹이 섭식률이 다소 높게 나타났으나, 수온 조건 간 유의한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본 연구 결과는 저수온기 실험적 수온 상승이 두 조식동물의 먹이 섭식률을 유의하게 증가시켰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제공된 3종의 해조류 중 두 종 모두 갈조류인 다시마 (S. japonica)의 평균 섭식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특히 둥근성게에서는 두 수온 조건 모두에서 다시마 섭식률이 다른 해조류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또한 두 수온 조건 모두에서 둥근성게의 총 먹이 섭식률은 소라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저수온기에는 둥근성게가 소라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잠재적 섭식압을 가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종합하면, 저수온기 조식동물의 먹이 섭식 반응은 수온 상승만으로 단순하게 예측되기 어렵고, 계절적 생리상태, 생식주기, 개체 조건 및 종별 생리 특성이 함께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동일 시기에 수온 처리구를 병렬적으로 운영하고, 생식소지수, 소화관지수, 개체 크기 및 생리상태를 함께 고려한 실험 설계가 필요하다. 이러한 접근은 동해 연안에서 수온 상승과 조식동물 섭식압이 해조류 군락 및 갯녹음 현상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정확하게 평가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적 요
본 연구는 동해 연안 저수온기 조건에서 실험적 수온 상승이 소라 (T. sazae)와 둥근성게 (M. nudus)의 먹이 섭식률 및 먹이로 제공된 3종의 해조류 간 상대적 섭식 양상을 평가하였다. 실험은 현장 수온과 유사한 10°C 조건과 현장 수온보다 약 10°C 높은 20°C 조건에서 수행되었으며, 먹이로는 청각 (C. fragile), 다시마 (S. japonica), 우뭇가사리 (G. amansii)를 제공하였다. 먹이 섭식률은 5일 동안 24시간 간격으로 해조류의 습중량 변화를 측정하여 산출하였다. 소라의 습중량당 먹이 섭식률은 10°C와 20°C에서 각각 0.025 및 0.030 g g-1 d-1였고, 둥근성게는 각각 0.043 및 0.047 g g-1 d-1로 나타났다. 두 종 모두 20°C 조건에서 평균 먹이 섭식률이 다소 높았으나, 수온 조건 간 유의한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저수온기 실험적 수온 상승이 두 종의 먹이 섭식률을 유의하게 증가시키지는 않았음을 보여준다. 해조류별 먹이 섭식률에서는 두 종 모두 갈조류인 다시마를 가장 많이 섭식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특히 둥근성게에서는 두 수온 조건 모두에서 다시마 섭식률이 다른 해조류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또한 두 수온 조건 모두에서 둥근성게의 총 먹이 섭식률은 소라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저수온기 조식동물의 먹이 섭식 반응이 수온 상승만으로 설명되기 어렵고, 계절적 생리상태, 생식주기 및 종별 생리 특성의 영향을 함께 받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동해 연안 해조장 생태계에서 조식동물의 섭식압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수온 조건뿐만 아니라 계절성과 개체의 생리상태를 함께 고려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