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생물종 보전은 생물다양성 유지와 생태계 건강성 확보를 위한 국가의 핵심 정책 영역이며, 우리나라에서는 기후에너지환경부, 해양수산부, 산림청, 국가유산청 등 여러 부처가 각기 다른 법적 근거와 관리 목적에 따라 생물종을 지정·관리해 왔다 (Lee et al. 2024). 이러한 다부처 관리체계는 부처별 제도의 고유 목적을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동시에 동일 종 또는 동일 공간에 대한 중복지정과 상이한 규제 적용을 초래하여 관리체계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저해해 왔다 (Lee et al. 2025). 특히 문화재청이 국가유산청으로 개편되고, 문화재 관리체계를 유네스코 등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국가유산 체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자연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이하 자연유산법)이 제정됨에 따라 자연유산 관련 업무의 범위와 기능이 확대되었다 (KHS 2026a). 이에 따라 기존 자연환경법과의 제도적 중첩, 해석상 충돌, 부처 간 갈등 가능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Lee et al. 2024).
자연유산은 모든 자연물을 포괄하는 개념이라기보다, 19세기 후반 이후 명승과 천연기념물처럼 엄격한 기준에 따라 선정된 특별한 자연물을 지칭해 온 개념이다 (Choi 2019). 여기에는 특정 장소에만 존재하는 특이성, 다른 지역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희귀성, 그리고 역사적 인물·사건·민속 신앙 등과 긴밀하게 결부된 향토성이 포함된다 (Son et al. 2017). 이러한 맥락에서 국가유산청이 사용하는 자연유산 개념은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문화적 의미가 함께 부여된 유산으로 이해될 수 있다 (CHA 2011). 한편 자연유산법은 문화재보호법상 기념물 제도를 자연물의 특성에 맞게 재편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되었다. 그러나 자연유산법은 원형 유지 원칙을 직접 계승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허가와 벌칙을 포함한 기존 규제 체계를 상당 부분 유지하였으며, 조사, 질병관리, 증식·복원, 유전자원 보전, 관광 등 다양한 관리 수단을 새롭게 도입하거나 확대하였다 (Lee et al. 2023). 그 결과, 자연유산법은 자연환경 관련 법률과 기능적으로 유사한 영역까지 포괄하게 되었고, 자연유산의 범주와 적용 범위가 명확히 정립되지 않을 경우 제도 간 경합과 해석상의 충돌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
더 나아가 자연유산의 개념과 적용 대상은 단순한 용어상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유산으로 볼 것인지, 그리고 무엇을 생태적 보전의 대상으로 볼 것인지에 관한 본질적인 문제와 연결된다. 특히 세계유산협약을 포함한 국제적 체계에서 자연유산은 주로 장소 기반의 부동산적 성격을 가지며, 동산인 야생생물 자체를 자연유산으로 다루는 경우는 제한적이다 (UNESCO World Heritage Centre 2025).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야생생물 자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관리하는 현행 방식이 법적·생태적 측면에서 타당한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보호지역 내 생물다양성 평가 체계 구축과 보전 우선순위 설정을 위한 연구가 수행되는 등 (Hwang et al. 2024), 생물종 보전을 위한 과학적 관리 기반의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법적보호종의 중복지정과 자연유산의 적용 범위 및 관리체계 간 관계를 다룬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첫째, 자연유산법 제정 이후 기존 법적보호종 관리체계와의 상충 양상을 검토하고, 둘째, 생물계 천연기념물이 국가유산으로서 적절한 대상인지 평가하며, 셋째, 생물종 보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조정 방향을 제안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통해 자연유산법과 자연환경법제의 기능적 경계를 재정립하고, 부처 간 중복 규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생물종 보전 실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논의의 기초를 마련하고자 한다.
2. 재료 및 방법
본 연구의 분석 대상은 기후에너지환경부의 멸종위기 야생생물, 해양수산부의 해양보호생물, 산림청의 특별산림보호대상종, 국가유산청의 천연기념물 및 자연유산법 관련 제도로 한정하였다 (MOF 2024; KFS 2025; MCEE 2025b; KHS 2026a). 이들 제도는 모두 생물종 또는 자연물의 지정·관리 기능을 가지지만, 지정 목적과 법적 근거, 규제 방식, 보호 범위에서 상이한 특성을 보인다. 따라서 제도 간 중복지정과 규제 충돌을 파악하기 위한 비교·분석 대상으로 적절하다.
분석자료는 관련 법률과 하위 규정, 선행 정책보고서, 비교법 연구 자료를 활용하여 다음의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분석을 수행하였다. 첫째, 법제 간 상충성 분석을 통해 지정 목적, 관리 주체, 허가 및 규제 체계, 보호 범위의 차이를 비교하였다. 둘째, 종과 공간의 중복지정 현황을 검토하여 중복이 실제 보전·관리 실무에서 어떠한 문제를 일으키는지 점검하였다. 셋째, 생물계 천연기념물의 유산 대상성을 평가하여, 어떤 유형의 자연물이 자연유산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를 검토하였다. 이 과정에서 자연유산법 제정에 따라 확대된 조사·복원·관리 기능이 기존 자연환경법제와 어떤 방식으로 상충하는지도 함께 검토하였다.
자연유산 대상성 평가는 토지 부합성과 인간의 기여라는 2가지 기준에 맞춰 분석하였다. 토지 부합성은 해당 대상이 동산인지, 부동산인지, 또는 토지와 결합된 상태로 존재하는지를 판단하였으며, 인간의 기여는 그 대상이 형성·유지되는 과정에서 인간의 관리나 개입이 얼마나 반영되었는지를 검토하였다. 이 기준에 따라 생물계 천연기념물을 야생생물, 품종, 서식지·생육지, 천연보호구역 등으로 구분하여 비교하였으며, 각 유형이 자연유산으로서 가지는 정당성과 국내 관리상 문제점을 함께 검토하였다.
3. 결과 및 고찰
3.1. 국내 자연유산 법제와 국제 기준 간 괴리
자연물을 ‘자연유산’으로 정의하는 문제는 문화재 및 국가유산 관련 법제에서 사용하는 용어 체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국제적으로는 과거 ‘재화 (property)’ 개념이 중심이었으나, 점차 조상으로부터 계승된 ‘유산 (heritage)’ 개념이 공동체의 권리로 확장되면서 관련 용어도 변화해 왔다 (Prott and O’Keefe 1992). 국내에서도 이러한 흐름에 따라 문화재 및 문화유산 개념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으며, 최근에는 「국가유산기본법」 제정과 함께 「문화유산법」, 「자연유산법」, 「무형유산법」으로 법체계를 분화하는 방향으로 정비가 이루어졌다 (KHS 2026a). 그러나 국외 사례를 살펴보면 ‘유산’은 일반적으로 유형·무형 자산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사용되며, 이를 법률상 엄밀한 용어로 규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또한, 국가별로 보호제도와 관리 대상은 상이하며, 기념물, 유적, 수집품 등보다 구체적인 용어를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문화재는 동산, 기념물은 부동산으로 구분되며, 동식물과 같은 자연물을 기념물로 지정하는 사례는 일본 법제의 영향을 받은 일부 동북아 국가에 한정된다 (Lee et al. 2023).
생물계 천연기념물 중 일부는 명백히 유산에 해당하였으나, 일부는 그렇지 않았다 (Table 1). 자연물이라도 야생동물처럼 동산으로서 성격이 명확한 때도 있고, 노거수와 같이 생육지 (토지)에 부합되어 있어 부동산으로 볼 수 있는 때도 있었다. 그러므로 품종, 노거수, 마을숲 등은 유산 대상성이 크며, 이에 비해 생물종은 유산으로 볼 근거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야생생물의 천연기념물 지정·관리는 그 서식지에 한정해야 하며, 유산이라고 할 수 없는 종 자체를 지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
문화재·유산 체계는 통상 유형·무형, 동산·부동산 기준으로 분류되며, 여기에 자연유산 개념을 포함할 경우 인위적 유산과 자연적 유산으로 구분하는 체계가 요구된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유산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으로 대변되고, 유형·무형 및 동산·부동산을 조합하면 이론적으로 6가지 범주로 구분될 수 있다 (Table 2). 다만 무형 자연유산은 아직 학문적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어 실제 제도적으로 확립된 영역은 5개로 볼 수 있다.
유네스코 체계에서는 이 중 4개 영역 (무형문화유산, 동산문화유산, 부동산문화유산, 부동산자연유산)을 중심으로 협약이 운영되며, 동산에 해당하는 자연유산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 부동산이어야 하며, 이동 가능한 동산이나 개별 동식물은 등재 대상이 아니다. 또한 유네스코는 유형 동산에 ‘문화재’, 무형에는 ‘문화유산’, 부동산에는 ‘문화유산’ 또는 ‘자연유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되, 등재 대상 외 일반 관리 대상은 ‘자산 (property)’으로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다 (Lee et al. 2023). 이와 달리 국내에서는 유네스코 협약의 ‘자산’ 개념을 ‘유산’으로 번역하거나 삭제하는 등 용어 사용에서 혼선이 나타난 사례가 지적되고 있다.
유네스코 협약의 국내 이행 법률로는 「무형문화재법」, 「문화재보호법」, 「세계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이 있으며, 이 중 「세계유산법」은 협약에 따라 부동산 중심의 자연유산만을 대상으로 한다 (Kwon and Kim 2020). 반면 최근 제정된 「자연유산법」은 동산과 부동산을 모두 포함하는 자연유산을 규정하고 있어, 동일한 ‘자연유산’ 개념이 법률에 따라 상이하게 적용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KHS 2026a). 이는 법체계 간 일관성 원칙 측면에서 한계로 지적될 수 있다.
특히 「자연유산법」 제2조는 자연유산을 “자연물 또는 자연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형성된 문화적 유산”으로 정의하고 있어 (KHS 2026a), 자연물 자체와 문화적 유산의 관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존재한다. 이로 인해 자연유산을 자연물과 문화유산의 병렬 개념으로 볼 것인지, 또는 자연물에서 유래한 문화적 가치로 한정할 것인지에 대한 부처 간 해석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Lee et al. 2023). 결과적으로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의 경계가 불명확해지고, 비지정 자연물까지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편, 유럽연합은 문화유산을 ‘인공적 문화유산 (built cultural heritage)’으로 정의하여 자연물을 명확히 제외하고 있으며, 자연유산은 Natura 2000과 같은 자연환경 규제 체계 내에서 관리하고 있다 (EC 2023). 독일,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 역시 자연유산을 별도의 자연환경 법제 영역에서 다루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경향과 비교할 때, 국내에서는 자연유산을 문화재 법제 내에서 관리하면서 동시에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어 제도적 정합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다.
종합하면, 자연유산 개념과 적용 범위에 대한 불명확성, 국제 기준과의 용어 불일치, 그리고 법체계 간 중복 및 확장 문제는 향후 부처 간 역할 충돌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자연유산과 자연환경 관리 체계 간 기능 조정과 용어 정의의 명확화가 필요하며, 특히 생물종 관리에 대해서는 자연환경법제 중심의 일관된 관리 체계로의 정비가 요구된다.
3.2. 부처 간 법적보호종 중복지정과 관리 비효율성에 관한 고찰
각 부처는 제도적 목적에 따라 주요 생물종을 법적보호종으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그 결과 상당수의 생물종이 복수의 법제에서 중복으로 지정되어 있으나, 정부는 소관 부처별 지정 목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동일 종이라 하더라도 제도상 중복지정으로 보지 않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NBC-1TV 2021).
그 결과 타 부처의 자연환경 관련 법적보호종과 국가유산청 소관 천연기념물 사이에는 상당한 수준의 중복지정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타 부처의 법적보호종이면서 동시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생물종은 총 51종에 이르렀으며, 이 중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국가유산청 간 중복지정 종은 46종, 기후에너지환경부, 해양수산부, 국가유산청 간 중복지정 종은 6종으로 나타났다 (Fig. 1). 이와 별도로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해양수산부 간에도 중복지정 사례가 존재하지만, 해양수산부의 해양보호생물 제도는 본래 기후에너지환경부의 멸종위기 야생생물 제도에서 해양 관련 생물을 분리하여 형성된 제도라는 점에서 제도 운용상 충돌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문제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소관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된 282종 중 52종이 국가유산청 소관 천연기념물로도 관리·규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타 부처가 계획한 생물종 복원 사업이나 조사 사업 등이 국가유산청의 허가를 받지 못해 수행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충돌은 생물종 관리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보호지역과 같은 지리적 공간의 관리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정한 국립공원 지역에는 천연보호구역 3곳과 명승 42곳이 중복되어 있으며, 이는 전체 천연보호구역의 58.9%, 명승의 49.9%가 국립공원 내에 위치함을 의미한다 (Heo 2021). 산림 분야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확인된다. 국가유산청은 문화재, 천연기념물 또는 명승 등을 신규로 지정할 경우, 이미 지정된 산림보호구역을 해제하거나 산림문화자산을 강제로 해제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어 양 부처 간 협의가 어려운 상황이다 (Lee et al. 2023). 이처럼 보호구역의 중복지정과 관리 상충 문제는 오래된 과제로, 국립공원과 천연보호구역 간 관리 충돌은 지속적으로 지적됐다 (Yoon et al. 2000).
국가유산청의 천연기념물 지정과 타 부처 법적보호종 지정 간 중복 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여러 차례 부처 간 업무조정이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각 부처는 법적보호종 지정 제도를 상호 존중하고, 실태조사 요청 시 적극적으로 협조하도록 조율하고 있다 (Lee et al. 2024). 이러한 조정 과정은 담당 부처의 예산 중복 편성을 방지하는 등 행정적 차원에서는 일정 부분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장에서 법적보호종 조사와 복원 사업을 수행하는 실무자의 관점에서는 여전히 허가 절차의 중복, 사업 지연, 관리 권한의 불명확성 등 비효율적이고 불합리한 규제 문제가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법적보호종과 천연기념물 간 중복지정에 대해서는 단순한 부처 간 협조 수준을 넘어, 현장 사업의 실행 가능성과 보전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관리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
3.3. 자연환경법제와 자연유산법 간 구조적 충돌
자연환경법제에 비해 문화유산법제의 자연유산 제도가 더욱 엄격한 이유는 「문화재보호법」 제3조 (기본원칙)에서 규정한 ‘문화재의 보존·관리 및 활용은 원형 유지를 기본 원칙으로 한다.’라는 조항에 기인한다 (KHS 2026b). 원형 유지 원칙은 문화재의 형상 변경을 사실상 제한하는 것으로, 이는 유형문화재의 경우 형상 변화가 그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이 천연기념물이나 명승과 같은 자연유산, 특히 살아 있는 생물에까지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그 특성상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Lee et al. 2025).
이로 인해 문화재청은 2020년 「문화재보호법」에서 자연유산을 분리하려는 법안을 국회에 처음 발의하였으며, 이후 입법 논의와 대안 검토를 거쳐 2023년 2월 「자연유산법」이 제정되었다 (KHS 2026a, 2026b). 당초 법 분리의 주요 목적은 생물종의 원형 유지 원칙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자연물의 특성을 반영한 관리가 어렵다는 점에 있었다. 이에 따라 「자연유산법」에서는 원형 유지 원칙을 제외하였으나, 규제 및 벌칙 수준은 기존 「문화재보호법」과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되었다.
「자연유산법」은 기존 법과 비교하여 자연유산 조사, 천연기념물 보호, 활용 및 관리 체계 측면에서 다양한 제도를 신설하거나 확장하였다. 대표적으로 자연유산 조사 (제8조), 천연보호구역 관리사무소 설치 (제36조), 천연기념물 동물의 치료 및 질병 관리 (제31조~제34조), 자연유산 관리협약 (제44조), 국립자연유산원 설립 (제47조), 관광자원 활용 (제49조), 주민지원사업 (제50조), 천연기념물 증식·복원 (제51조), 유전자원은행 설치 (제52조)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내용은 자연유산 중 동·식물 관리를 위해 자연환경법제 및 생명연구자원법제의 관리 수단을 상당 부분 차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KHS 2026a) (Table 3).
한편, 「자연유산법」은 ‘자연유산’의 정의를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명확히 지정하지 않은 상태로 두고 있어 적용 범위의 불명확성이 존재한다. 특히 ‘자연유산’ 개념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부처 간 이견이 나타나고 있으며 (Lee et al. 2023), 소관 부처는 자연유산을 자연물 자체로 폭넓게 해석하는 견해를 보인다. 이로 인해 향후 하위 법령 제정 및 법 시행 이후 실제 적용 방식에 대한 문제점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예를 들어 자연유산이 동·식물 등 자연물 전반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운영되고, 비지정 자연유산의 조사 대상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국가유산청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하는 자연유산 조사사업 (법 제8조)은 기후에너지환경부, 해양수산부, 산림청 등이 수행하는 기존 자연환경 조사와 중복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자연유산법」 제5조 (다른 법률과의 관계)는 해당 법의 우선 적용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멸종위기 야생생물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예외를 두고 있다 (KHS 2026a).
종합하면, 「자연유산법」은 자연물의 특성을 고려한 별도 법제로서의 필요성에 따라 제정되었으나, 입법 과정에서 자연환경 관련 부처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측면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향후 자연환경법제와의 제도적 충돌 및 관리 권한 중복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대한 체계적인 재정비가 요구된다.
3.4. 자연유산 관리 확대에 따른 부처 간 역할 중복과 조정 필요성
「자연유산법」 시행에 따라 자연유산의 관리 대상과 범위가 확대되면서 국가유산청의 기존 전담부서 업무량은 증가하고, 동시에 업무영역 역시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관련 업무의 일원화와 전담부서 기능의 세분화를 포함한 조직체계 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자연유산과 관련된 생물, 지질, 자연환경 등의 관리 영역은 이미 다양한 부처가 각각의 소관 법령과 정책에 따라 수행하고 있어, 「자연유산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 과정에서는 타 부처 법령 체계와의 정합성을 확보하고 기존 운영 사례를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있었다.
특히 자연유산 개념의 불명확성은 적용 범위를 둘러싼 부처 간 혼선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자연유산의 범주에는 자연환경, 경관, 생물종 등이 포함될 수 있으나, 이들 요소는 이미 기존 자연환경법제와 각 부처의 관리체계 안에서 국제적 기준에 따라 보전·관리되고 있다. 따라서 자연유산 관리체계가 별도의 기준 없이 확대될 경우, 개체군 감소 방지와 생태계 유지에 중점을 둔 타 부처의 보전정책과 중복되거나 충돌할 우려가 있다. 자연유산 역시 개체 또는 특정 자연물의 보호라는 요소를 포함할 수 있으나, 유형별 특성과 관리 목적에 따른 실행 기준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는다면 향후 정책적 혼선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이에 자연유산의 범위는 단순히 자연적 가치가 높은 모든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활동과 자연환경의 상호작용 속에서 역사적·문화적 의미가 형성된 자연물로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한국의 갯벌’은 오랜 시간 형성되어 국민의 생활과 생업에 영향을 미쳐 온 자연물이라는 점에서 자연유산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의 역사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희박하거나, 역사·문화적 의미보다 일반적인 자연환경 보전 가치가 중심이 되는 대상까지 자연유산으로 포괄하여 지정·관리하는 것은 제도 간 역할 중복과 관리 기준의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 (Suk 2024).
또한, 자연유산 관련 보전계획 수립 시, 타 부처에서 이미 수립·운영 중인 다양한 기본계획과의 정합성 확보가 요구된다. 예를 들어 자연환경 분야에서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자연환경보전법」에 따른 자연환경보전 기본계획과 「야생생물법」에 따른 야생생물보호 기본계획, 경관 분야에서는 국토교통부의 경관기본계획, 산림 분야에서는 산림청의 「산림기본법」에 따른 산림기본계획 등이 존재한다 (MCEE 2025a, 2025b). 이러한 계획 간의 일관성 검토 없이 자연유산 보전계획이 별도로 추진될 경우 정책 중복 및 비효율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타 부처가 추진 중인 자연환경의 보전·관리·이용 관련 정책과 제도 운영 방안을 종합적으로 조사·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연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필요한 주요 쟁점과 시사점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자연유산법」에 따른 실행 조치의 반영성과 적정성을 검토하여, 기존 정책 체계와의 연계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국립자연유산원 설립 시 기후에너지환경부, 해양수산부, 산림청 등 관계 부처 산하기관과의 기능 중복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 기관 간 업무영역을 면밀히 검토하고, 중복되는 기능에 대해서는 역할 분담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추가적인 조사 및 연구가 요구된다.
4. 결 론
본 연구는 국가유산청의 자연유산법 제정 이후 야기될 문제의 핵심이 단순한 “중복지정” 그 자체보다, 서로 다른 제도 목적과 관리 논리를 가진 법체계가 동일한 생물종과 동일한 공간에 동시에 적용되면서 보전 실효성을 저해하는 데 있음을 보여주었다. 법적보호종 제도는 부처별 각기 다른 관리 목적에서 관리·발전해 왔고, 천연기념물 역시 역사적·경관적·학술적 가치라는 문화유산적 관점에서 형성·발전되어 왔다. 따라서 이질적인 지정 목적을 가진 법·제도를 조정 없이 병존시키는 것은 행정적 비효율과 현장 혼선을 구조적으로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자연유산법의 자연유산 해석이 불명확하다는 점은 향후 제도 운용상 쟁점이 될 수 있다. 자연유산법 제정 과정에서도 자연유산에 대한 정의 및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존재하였고, 자연유산을 일반 자연물 전반으로 확대·해석할 경우 기존 자연환경법제와의 중복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자연유산의 적용 범위를 명확히 하고, 자연유산과 자연환경보전 대상을 제도적으로 구분하는 작업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본 연구 결과, 야생생물 종 자체는 토지 부합성과 인간의 기여라는 기준에서 유산성을 갖기 어렵고, 국제적 자연유산 개념과도 거리가 있었다. 반면 품종, 노거수, 마을숲, 서식지·생육지, 천연보호구역은 장소성과 역사적 맥락을 가진 대상으로서 자연유산 범주에 포함될 여지가 있었다. 따라서 향후 국가유산청의 천연기념물 제도는 종 중심 지정에서 점차 서식지와 장소 중심의 지정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정책적으로는 세 가지 방향이 중요하다. 첫째, 야생생물 종 자체는 자연환경법제 중심으로 일원화하여 지정 및 규제의 중복을 줄여야 한다. 둘째, 천연기념물과 자연유산은 장소 기반의 보전 대상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셋째, 부처 간 허가 연계와 조사 결과 공유, 보호구역 관리의 공동 기준 설정을 통해 현장 실무의 비효율을 줄일 필요가 있다. 특히 환경영향평가, 복원사업, 구조·치료 등 현장성이 강한 업무에서는 중복 규제보다 관리 목적의 정합성이 우선 고려되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자연유산법과 자연환경법제의 합리적 조정은 단순한 행정 정비가 아니라 생물종 보전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전제조건이다. 향후에는 법 적용 대상의 명확화, 부처 간 협력 체계 정비, 현장 실무 중심의 허가·관리 연계가 함께 추진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중복 규제를 줄이고 보다 일관된 생물종 보전 관리 체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본 연구의 한계는 법령과 정책 문헌을 중심으로 수행된 제도 분석이라는 점에 있다. 향후에는 실제 복원 사업, 법적보호종 조사, 보호구역 관리 사례를 축적하여, 중복 규제가 생물종 보전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본 연구는 자연유산법과 자연환경법제의 관계를 생물종 보전 실무의 관점에서 재해석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적 요
본 연구는 「자연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부처 간 법정보호종의 중복지정과 관리 체계 충돌 문제를 분석하고, 생물종 보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연구 대상은 기후에너지환경부의 멸종위기 야생생물, 해양수산부의 해양보호생물, 산림청의 특별산림보호대상종, 국가유산청의 천연기념물 및 자연유산 관련 제도로 설정하였다. 관련 법령과 정책연구를 바탕으로 법제 간 상충성, 관리 수단의 중첩성, 천연기념물의 유산 대상성을 분석하였으며, 유산 대상성은 토지 부합성과 인간의 기여를 기준으로 평가하였다. 그 결과, 타 부처 법정보호종과 천연기념물 사이에는 51종의 중복지정이 확인되었고, 이 중 기후에너지환경부-국가유산청 간 중복은 46종, 기후에너지환경부-해양수산부-국가유산청 간 중복은 6종이었다. 또한 자연유산법은 원형 유지 원칙을 직접 계승하지 않았음에도 조사, 허가, 벌칙, 증식·복원, 유전자원 보전 등에서 기존 문화재보호법의 규제 구조를 상당 부분 유지하거나 확대하고 있었다. 유산 대상성 분석에서는 품종, 노거수, 마을숲, 서식지·생육지, 천연보호구역은 상대적으로 유산성이 인정되지만, 야생생물 종 자체는 국가유산으로 보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야생생물 종의 보호는 자연환경법제를 중심으로 일원화하고, 자연유산법은 장소 기반 보호 체계에 중점을 두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