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엽록소가 없어 광합성을 하지 않는 균종속영양식물 (mycoheterotroph)은 산림 생태계 내 복잡한 균류 네트워크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고도로 특수화된 생물이다 (Leake 1994). 진화적으로 광합성이 없는 전략을 채택하였음에도, 진균에 대한 고도의 특이적 의존성으로 인해 환경 변화에 매우 취약한 생태적 지위 (niche)를 점유하며, 이로 인해 높은 멸종 위험성을 나타낸다 (Merckx et al. 2013).
애기천마 (Chamaegastrodia shikokiana Makino)는 균종속영양식물 중 하나로 난초과에 속하는 희귀식물이다 (Yagame et al. 2008;Suetsugu et al. 2025). 이러한 난초과 균종속영양식물은 독특한 생태적 지위로 인해 교란이 적고 유기물이 풍부한 성숙한 산림 내에서만 국지적으로 서식한다 (Jalal and Jayanthi 2013;Besi et al. 2023). 또한 지상부 출현이 개화기에 집중되고, 지상부 개체 확인이 어려운 은닉성 (cryptic) 식물이라는 점에서, 개체군 존속 여부와 위협 요인을 현장에서 신속하게 확인하는 것이 보전의 출발점이다.
애기천마는 1935년 일본에서 학술적으로 보고 (Makino and Maekawa 1935)된 이후 동아시아 여러 지역 (일본, 중국, 인도 등)에서 분포한다고 알려져 있다 (Chen et al. 2009;Rao 2011;Iwatsuki et al. 2016). 국내에서는 제주 및 남부 일부 산지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Kim et al. 2008;Chang et al. 2014;Sun et al. 2020). 국제적으로 난초과 전종은 CITES 부속서 II에 등재되어 국제 거래 시 허가가 요구되는 종이다. 국가별 적색 목록 평가에서 한국은 애기천마를 위기 (Endangered, EN) (NIBR 2021), 일본은 취약 (Vulnerable, VU) (MOEJ 2020)으로 평가하여 보전의 시급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서식 면적이 제한적이고, 서식지 파괴·훼손, 불법 채취 등으로 인한 개체군 감소 위협이 인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외에서는 애기천마 또는 Chamaegastrodia속의 공생 균류 (fungal partners) 상호작용에 관한 생태학적 연구 (Yagame et al. 2008;Pecoraro et al. 2020;Suetsugu et al. 2025)가 일부 보고된 바 있으나, 국내에서는 이 종의 생물학적 특성 및 서식지 생태에 대한 학술적 연구가 매우 제한적이다. 본 종은 법적 보호종의 후보종인 관찰종 (candidate species)으로 지정될 만큼 높은 보전 가치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보고된 국내 자생지의 개체군 존속 여부 (current persistence)나 위협 요인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희귀종에 대한 분포 서식지 특성 연구 (Han et al. 2024;Kim et al. 2024)와 종분포모형 (Species distribution model, SDM)은 분포 데이터가 극히 제한적인 희귀 및 멸종위기종의 잠재적 서식지를 예측하고, 미확인 개체군 탐색 및 보전 우선순위 설정을 위한 과학적 의사결정 근거를 제공하는 데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다 (Engler et al. 2004;Guisan and Thuiller 2005).
본 연구의 목적은 첫째, 제주도 내 애기천마의 과거 기록지를 대상으로 현재 개체군의 존속 여부를 재확인하고 현장 위협 요인을 규명하는 것이며, 둘째, 제한된 출현자료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종분포모형 분석을 통해 향후 효율적인 추가 조사를 위한 보조적 공간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다.
2. 재료 및 방법
2.1. 조사 대상지 및 현장조사
본 연구는 제주도에 분포하는 희귀식물 애기천마의 현황 파악과 서식가능 지역을 규명하기 위해 수행되었다. 애기천마의 분포지 확인을 위해 국가사업의 결과물 (멸종위기 야생생물 전국 분포조사)과 시민과학 플랫폼 등에서 애기천마의 서식지 정보를 확인하였다. 사전 자료 검색 결과, 제주도 내 12지점에서 애기천마의 과거 생육 정보를 확인하였으며, 이들 지점을 2025년 현장 재확인 조사의 대상지로 선정하였다 (Fig. 1). 동일한 과거 기록지 좌표는 향후 우선탐색 후보지를 검토하기 위한 보조적 SDM의 출현자료로도 사용하였다.
현장조사는 2025년 8월 애기천마의 개화기 (지상부 식별이 용이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각 조사 대상지에서 ① 개체의 생존 유무, ② 개체수, ③ 서식처 유형, ④ 위치 정보, ⑤ 해발고도, ⑥ 사면방향, ⑦ 위협요인 등의 정보를 수집하였다. 출현지점의 존속 여부를 중심으로 개체군 변화를 평가하였다. 이는 균종속영양 식물의 경우 지상부 출현이 연도별로 변동성이 크고 동일 개체의 반복 출현 여부를 현장에서 정확히 판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식처 단위의 존속 여부 (site occupancy)는 이러한 식물의 개체군 변화를 평가하는 보다 안정적인 지표로 간주될 수 있다. 서식처 유형은 현장에서의 관찰을 통해 상층부의 우점종과 임상의 구조를 파악하여 구분하였다. 경사도와 방위 (16방위) 및 해발고도 (altitude, m)를 스마트폰 기반 앱 (GPS status)을 이용하여 측정하였으며, 위성 신호가 안정화된 후 값을 기록하였다. 경사도 (slope angle, °)는 개체군이 위치한 경사면의 최대 경사각을 측정하였다. 방위는 경사면이 향하는 방향을 16방위로 기록하였다. 위협요인은 IUCN (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and Natural Resources) 분류 체계를 참고하여 서식처 내 위협요인을 기록하였다.
2.2. 환경변수 구축 및 pseudo-absence 지점 설정
환경변수는 Google Earth Engine (GEE; Gorelick et al. 2017)을 이용하여 지형, 기후, 토양, 식생 조건을 반영하는 총 16개 변수로 구성하였다 (Appendix Table A1). 기후 변수는 WorldClim v1.4 (Hijmans et al. 2005)의 생물기후변수를, 토양 변수는 SoilGrids 2.0 (Poggio et al. 2021)의 표토층 (0~5 cm) 자료를, 식생 변수는 Sentinel-2 자료 기반 식생지수를 활용하였다. 지형 변수는 SRTM DEM (30 m) 자료를 기반으로 고도, 경사, 지형위치지수 (TPI)를 산출하였으며, 공간적 절취 (Clipping)를 통해 분석 영역을 제한하였다. 본 연구에서 활용된 지형수분 대리지표는 HydroSHEDS (Lehner et al. 2008)의 누적흐름량 (Flow accumulation)과 경사각 (β)을 기반으로 표준 지형습윤지수 (TWI = ln(A/tanβ), Beven and Kirkby 1979) 공식을 준용하여 산출하였다. 또한 함몰 지형의 상대적 변곡 경향을 포착하기 위해 경사도의 변화율 (slope of slope)에 기반한 곡률 대체지표 (proxy curvature)를 함께 산출하였다.
대상 종의 실제 비출현자료는 확보가 불가하여, 산림 환경 내에서 배경 표본을 추출하는 표적 배경 (target-group/forest-masked background) 접근을 준용하였다 (Phillips et al. 2009;Valavi et al. 2021). 구체적으로 ESA WorldCover (Zanaga et al. 2022)의 Tree cover class를 기준으로 구축한 산림 마스크 내 (Fig. 1)에서 3,000개 지점을 무작위 1차 추출한 후, 16개 환경변수의 결측치 (NoData) 및 오류값을 엄격하게 필터링하여 최종 유효 데이터셋인 2,936개 지점을 의사비출현 (pseudo-absence) 자료로 확정하여 Random Forest 모델의 이진 분류 (binary classification, 1/0) 학습에 활용하였다. Random Forest를 presence-only 자료에 적용할 때의 방법론적 고려사항은 Valavi et al. (2021)을 참고하였으며, GEE smileRandomForest를 SDM에 활용한 선행 사례 (Crego et al. 2022;Guo et al. 2024;Schell et al. 2025)와 동일한 절차로 학습을 수행하였다.
2.3. 종분포모형 및 통계 분석
종분포모형은 미확인 잔존 개체군의 우선 탐색지를 좁히기 위한 보조적 선별 도구 (screening tool)로 활용하였으며, 출현자료가 12개소로 제한적이고 독립적 외부 검증을 수행하지 않았으며 다수의 변수가 고도와 공변한다는 점에서, 모형 성능을 입증하거나 애기천마의 전체 분포를 검증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향후 현장조사의 공간적 우선순위를 설정하기 위한 상대적 적합도 자료로 해석하였다.
모형 구축에는 Google Earth Engine의 smileRandomForest classifier를 사용하였다. smileRandomForest는 SMILE (Statistical Machine Intelligence and Learning Engine) 기반의 supervised Random Forest classifier이며, 다수의 결정트리를 이용하여 비선형 관계와 변수 간 상호작용을 반영할 수 있는 기계학습 알고리즘이다 (Breiman 2001;Gorelick et al. 2017). 본 연구에서는 과거 출현 기록지 12개소를 출현자료로 사용하고, 산림마스크 내에서 추출한 2,936개 지점을 pseudo-absence 자료로 사용하였다. 반응변수는 출현=1, pseudo-absence=0으로 코딩하였다. 모형에는 지형, 기후, 토양, 식생을 포함한 16개 환경변수를 적용하였으며, 출력 모드는 “PROBABILITY”로 설정하여 상대적 서식처 적합도 지도를 작성하였다.
모형의 hyperparameter는 smileRandomForest의 기본값을 우선 적용하였고, 트리 수 (numberOfTrees)만 300으로 설정하였다. 출현자료가 12개소로 매우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독립적인 train-test split 또는 외부 검증은 수행하지 않았다. 따라서 본 연구의 Random Forest 결과는 모형 성능을 입증하기 위한 결과가 아니라, 향후 현장조사의 공간적 우선순위를 설정하기 위한 상대적 적합도 자료로 해석하였다. 고적합 지역의 임계값은 알려진 출현지를 누락하지 않는 최저 출현 적합도 (Minimum Training Presence, MTP)를 기준으로 설정하였다.
출현지점과 pseudo-absence 지점 간 환경 특성 차이는 R v4.5.2 (R Core Team 2025)를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각 변수에 대해 Shapiro-Wilk 검정으로 출현지점의 정규성을 확인하였고, 정규성이 충족된 변수는 Welch의 독립표본 t-검정을, 정규성이 충족되지 않은 변수는 Mann-Whitney U 검정을 적용하였다. 반복 검정에 따른 제1종 오류 증가를 줄이기 위해 Benjamini-Hochberg 방법으로 보정하였다 (Benjamini and Hochberg 1995). 다만 출현지점 수가 적고, 고도와 공변하는 환경변수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여, 환경 비교 결과는 독립적 환경 선호도 검증이 아니라 예비적 서식처 특성으로 해석하였다. 지도 제작 및 레이아웃 편집은 ArcGIS Pro v3.1 (Esri, Redlands, CA, USA)을 활용하였다.
3. 결과 및 고찰
3.1. 과거 기록지에서의 애기천마 개체군 현황
사전 문헌 및 연구 결과에서 제주도 내 애기천마는 12지점 (8개 지역, Site 8은 20 m 이내로 인접하여 5개 지점을 하나의 지역으로 통합)에서 생육이 알려진 바 있다. 사전 문헌 7지점 (Site 6, 7, 8-1~8-5)에서는 개체수가 기록되어 있었지만, 5지점은 출현에 대한 유무만 기록되어 있었다 (Table 1). 해발 400~800 m 사이의 냉온대 낙엽활엽수림의 물참나무 우점 산림식생대에 출현하고 있으며, 주로 남사면을 선호하고 1지점만 북사면에 위치하였다. 이는 애기천마 분포중심지가 아열대 지역이며 (Rao 2011), 일본 내에서도 삼나무림 (Cryptomeria japonica forests), 구실잣밤나무림 (Castanopsis sieboldii subsp. sieboldii forests) 등의 산림 내에서 출현하는 점 (Suetsugu et al. 2025)을 감안하면, 제주도 내 기록지는 주로 중산간 산림대에 분포하였으며, 본 연구의 환경 비교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고도와 낮은 최한월 최저기온을 보이는 지점에서 출현지가 구분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기존 문헌의 기록을 바탕으로 2025년 관찰종 정밀조사에서 애기천마를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수행한 결과, 알려진 지점 가운데 2개 조사지점 (Site 5, 7)에서만 애기천마 개체를 확인하였다 (Fig. 2a, b). 이는 기존 출현지점의 약 83%에서 개체가 재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지점 점유율 (site occupancy, 조사된 전체 지점 중 종의 출현이 확인된 지점의 비율)이 감소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2개 조사지점에서는 직경 약 20 cm 내외의 굴취 흔적이 관찰되었다 (Fig. 2c, d). 불법 채취임을 시사하는 정황으로 해석될 수 있으나, 야생동물의 굴취나 탐방객에 의한 비의도적 교란 등 다른 원인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균종속영양 식물은 지상부 출현이 제한적인 특성이 있어 단일 시기의 조사만으로 개체군 감소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개체군 감소의 가능성을 보다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반복 조사가 필요하다.
Site 7에서는 기존 (2개체)에 비해, 8개체가 확인되었는데, 균종속영양 난초류의 특성으로 그 해의 적합한 환경조건에 의해 많은 개체가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과거에 비해 조사 노력이 강화된 결과일 수 있다. 따라서 실제 개체군의 크기 변화를 반영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한편, Site 7은 인공림에서 확인되었으며, 이는 충분히 성숙하여 균사체 네트워크가 형성된 인공림에서도 균종속영양식물이 서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Suetsugu et al. 2025). 향후 인공림 내 공생 균류 구성 및 토양 환경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기록된 출현지점들을 조사한 결과, 과거 출현지점 대부분에서 애기천마의 지상부 개체가 재확인되지 않았고 일부 지점에서 토양 훼손이 확인되어, 잔존 개체군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현장 보호 조치가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3.2. 신규 지점 탐색을 위한 보조적 서식처 적합성 평가
분석 결과, RF probability≥0.350 기준의 고적합 지역은 총 0.0435 km2로 매우 제한적이었으며, 한라산을 중심으로 한 중산간 산림대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Fig. 3). 이 임계값은 알려진 출현지를 누락하지 않기 위한 최저 출현 적합도 (MTP)를 기준으로 설정한 것이므로, 애기천마의 생태적 분포 경계나 보호구역 경계를 의미하지 않는다.
모형의 학습 표본 기반 내부 진단값은 Overall accuracy 99.86%, Cohen’s Kappa 0.80으로 산출되었으나, 이는 출현 (n=12)과 pseudo-absence (n=2,936) 간 극심한 클래스 불균형 및 독립 검증의 부재로 인해 과대평가된 값이며, 모형 성능의 근거로 해석하지 않았다. Random Forest의 변수 기여도 분석에서는 지형위치지수 (TPI=38.328), 온도 계절성 (Bio4=38.008), 지형습윤지수 (TWI=31.660)가 상위 기여 변수로 도출되었다. 다만 이 중 Bio4와 TPI는 출현지점 pseudo-absence 지점 간 단변량 비교에서 BH 보정 후 유의수준에 도달하지 못하였다 (Bio4 padj=0.155, TPI padj=0.056; Fig. 4, Appendix Table A2). 이는 Random Forest의 변수 중요도가 변수 간 상호작용 맥락에서 산출되는 반면 단변량 검정은 이를 포착하지 못하는 두 분석의 상호보완적 성격에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RF 변수 기여도 상위 7개 변수 중 5개가 단변량 비교에서 BH 보정 후 유의수준에 도달하지 못하였는데, 이는 변수 간 상호작용을 반영하는 RF 중요도와 단변량 검정이 서로 다른 정보를 포착하는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음을 보여준다.
RF probability≥0.350 기준에서 도출된 고적합 면적 (0.0435 km2)은 제주도 전체 산림 영역에 비해 극히 일부에 해당하지만, 본 결과의 실무적 의의는 두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한정된 보전 인력과 예산을 제주도 산림 전역이 아닌 해당 고적합 구역에 우선 투입함으로써 미확인 잔존 개체군의 탐색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며, 둘째, 출현지점이 중산간 고도대와 유기물이 비교적 풍부한 산성 토양 환경과 관련되는 경향 (Soil pH: padj=0.033; SOC: padj=0.072 (ns), 경향성 수준; Fig. 4)이 신규 자생지 탐색 시 현장에서 우선 점검할 입지 지표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다만 출현지점 수가 12개에 불과하고 유의한 환경 변수의 다수가 고도와 강하게 공변하므로, 위 결과는 애기천마의 절대적인 환경지위 (environmental niche)를 지리공간상에 표현한 것이 아니라, 제한적인 자료로 추정한 서식 후보 지역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3.3. 서식처 교란의 잠재적 원인과 보전 제언
본 연구의 종분포모형과 환경 비교 분석은 보전 실무의 관점에서 두 가지 활용 가치를 지닌다. 첫째, 모형이 제시한 중산간 환형 고적합대 (0.0435 km2)는 한정된 조사 인력과 예산을 우선 투입할 탐색 구역을 제주도 산림 전체에서 극히 일부로 좁혀, 미확인 잔존 개체군의 탐색 효율과 발견 확률을 높이는 일차 우선순위 지도로 기능한다. 둘째, 환경 비교에서 일관되게 도출된 출현지의 서식 조건 (중산간 고도대의 유기물이 풍부하고 안정적인 산성 토양 환경)은 향후 신규 자생지 탐색 시 현장에서 우선 점검할 입지 지표를 제공한다. 즉 본 연구의 예측 결과는 그 자체로 정밀한 분포 추정이 아니라, 다음 단계의 현장 보전 활동-신규 지점 탐색지 선정, 입지 기반 신규 자생지 발굴, 핵심서식지 후보 도출-을 위한 의사결정 근거로 활용될 때 비로소 실질적 의미를 가진다.
애기천마가 속하는 균종속영양식물은 엽록소가 없어 광합성을 수행하지 못하며, 토양 내 균류로부터 탄소와 무기영양을 공급받는 방식으로 생존한다. 이들은 생활사 전반에서 균류 의존성이 크고, 지상부 출현은 제한된 기간에만 관찰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애기천마의 출현은 성숙한 산림 토양환경 (유기물 축적, 안정적인 미소서식처)과 균류-식물 상호작용이 유지되는 조건을 반영할 가능성이 있으며, 기존 출현지에서의 미확인은 해당 미소서식처의 교란 또는 개체군 약화 가능성을 시사한다 (Leake 1994). Site 8 일대의 종분포모형의 적합도가 여전히 높다는 것은 해당 지점의 현재 환경 조건이 출현지 평균 특성과 유사함을 의미할 뿐, 과거 대비 환경 변화 여부를 직접적으로 나타내지는 않는다. 다만, 환경 적합도가 유지됨에도 개체가 확인되지 않는 상황은 자연적 서식처 열화뿐 아니라 인위적 교란의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함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 제주도 내 과거 기록지 다수에서 개체가 확인되지 않았고, 일부 지점에서는 토양을 파헤친 흔적이 관찰되었다. 애기천마 자체가 전통 약용식물로 널리 알려진 종은 아니지만, 이러한 현장 정황은 불법 채취에 의한 개체 제거 가능성을 시사한다. 애기천마는 천마 (높이: 30~100 cm)에 비해 높이가 5~15 cm 내외로 작으나 (NIBR 2021) 엽록소가 없는 형태적 특성이 천마 (Gastrodia elata)와 일부 유사하여 오인 채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직접적 증거는 확보되지 않았으며 이는 여러 대안 가설 중 하나임을 명시한다. 다만 야생동물 굴취, 비의도적 교란 (탐방·관리 작업) 등 대안 원인도 가능하므로,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반복 조사, 현장 기록의 체계적 축적, 필요 시 카메라트랩 등 추가 증거 확보가 요구된다. 또한 균종속영양 식물은 지상부 비출현이 곧 절멸을 의미하지 않을 수 있어, ‘국지 절멸 (extirpation)’ 판단은 반복 조사에 근거해 신중히 수행되어야 한다 (Leake 1994).
만약 굴취가 실제로 발생했다면, 영향은 단순한 개체 제거에 그치지 않는다. 애기천마는 균근 네트워크에 의존하므로, 토양을 파헤치는 행위는 균사체 네트워크와 장기간 형성된 부엽층 미소서식처를 물리적으로 교란하여 동일 지점에서의 회복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특히 Chamaegastrodia에서 Ceratobasidiaceae 계열 균근균이 분리·동정된 바 있어, 서식처 보전은 곧 공생 균류-식물 시스템 보전과 직결된다 (Yagame et al. 2008). 이러한 특성을 고려할 때, 인공 증식이나 현지외 보전 (ex-situ conservation)은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 단기간 내 대안이 되기 어렵고, 남아 있는 서식처에 대한 현지 내 보전 (in-situ conservation)을 우선하는 전략이 현실적이다. 특히 보호구역 지정과 같은 소극적 보전만으로는 불법 채취 및 답압 (trampling) 등 직접 위협을 충분히 저감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위협 요인 기반의 적극적 관리 (threat-based active management)가 필요하다.
애기천마의 효과적인 보전을 위해서는 위협 유형에 따른 차별화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불법 채취가 잠재적 위협 요인 중 하나로 우려되므로,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법적·공간적·사회적 보호 수단의 결합이 요구된다. 우선 본 연구의 현장조사 결과와 SDM 고적합 구역 탐색을 통해 축적된 근거를 바탕으로, 멸종위기종 지정 등 법적 보호 지위 부여와 핵심서식처 지정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잔존 서식처에 대한 무단 출입 및 훼손을 통제할 수 있는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개화기를 중심으로 한 반복 조사를 통해 굴취 흔적의 유형·빈도·공간 분포를 표준화된 방식으로 기록·축적해야 한다. 감시 인력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 및 관련 단체가 참여하는 협력 감시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아울러 애기천마가 약용 식물인 천마와 형태적으로 유사하여 오인 채취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를 명확히 구분하는 표적화된 홍보·안내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탐방객에 의한 비의도적 서식처 교란도 간과할 수 없다. 답압은 토양 구조를 변화시키고 균사체 네트워크에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잔존 서식처 주변에 낮은 목책이나 유도 로프, 안내판 설치 등 동선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최소 개입형 물리적 보호 조치가 현실적인 관리 수단이 될 수 있다.
4. 결 론
본 연구에서는 2025년 개화기에 제주도 내 애기천마의 과거 출현 기록지 12개소에 대한 현장조사를 수행했으며, 2개 지점에서만 지상부 개체를 재확인했다. 일부 지점에서 관찰된 토양 굴취 흔적은 인위적 교란 가능성을 시사하지만, 야생동물 굴취나 탐방객에 의한 비의도적 교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균종속영양식물의 지상부 출현 변동성을 고려할 때 단일 조사만으로 개체군 소실을 단정할 수는 없다. Random Forest 기반 종분포모형과 환경 비교 분석은 향후 미확인 잔존 개체군을 효율적으로 탐색할 우선 조사구역을 좁히는 보조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분석 결과는 한라산 중산간 산림대와 유기물 함량이 높은 산성 토양 환경을 우선 탐색 대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향후 보전을 위해서는 과거 기록지와 고적합 후보지에 대한 반복 모니터링, 현존 확인 지점의 출입 관리, 토양 교란 흔적의 표준화된 기록, 세부 위치 정보의 신중한 관리가 필요하다.
적 요
애기천마 (Chamaegastrodia shikokiana)는 균류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희귀 균종속영양 난초로, 성숙한 산림 토양환경의 교란에 취약한 식물이다. 본 연구는 2025년 8월 제주도 내 과거 출현 기록지 12개소를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수행하여 알려진 개체군의 현재 존속 여부를 재확인하고, 보전 관리를 위한 기초자료를 제시하고자 하였다. 조사 결과, 지상부 개체는 2개 지점에서만 확인되었으며, 나머지 10개 지점에서는 개화기 조사 기간 동안 개체가 확인되지 않았다. 또한 일부 지점에서는 직경 약 20 cm 내외의 토양 굴취 흔적이 관찰되어 인위적 교란 가능성이 시사되었으나, 야생동물이나 탐방객에 의한 비의도적 교란 등 다른 원인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추가 탐색지를 좁히기 위해 12개 출현자료와 산림마스크 내에서 추출한 2,936개 pseudo-absence 지점을 이용하여 Random Forest 기반 종분포모형을 구축하였다. RF probability≥0.350 기준의 고적합 지역은 0.0435 km2로 매우 제한적이었고, 한라산 중산간 산림대에 집중되었다. 환경 비교 결과, 출현지는 상대적으로 높은 고도와 산성 토양 조건에서 유의한 차이를 보였으며, 토양 유기탄소는 출현지에서 높은 경향을 보였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았다. 본 연구는 제주도 애기천마가 매우 제한된 지점에서만 재확인되었음을 보여주며, 잔존 서식처에 대한 반복 모니터링, 출입 관리, 물리적 교란 방지 등 현지 내 보전이 시급함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