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외래종은 도입된 서식지 내에서 토착종과 경쟁, 포식, 질병 전파 등 다양한 종 간 상호작용을 통해 생태계를 교란하고, 그 결과 생물다양성에 영향을 준다 (Beltrán-Beck et al. 2012). 또한, 외래종은 지역 내에서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거나 인수공통성 질병을 전파하는 등 인간 사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Mainka and Howard 2010). 한반도에서도 외래종의 정착과 확산 사례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이들의 생태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Kim et al. 2024;Kim et al. 2025). 이에 따라 외래종을 효과적으로 방제하고 관리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데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며, 해외로부터 도입된 외래종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반도에서의 생태적 및 생물학적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대만꽃사슴 (Cervus nippon taiouanus)은 농가의 사육 개체가 탈출하거나 일부 지역에서 방사돼 생태계로 유입되었다 (Jo et al. 2018). 대만꽃사슴은 속리산국립공원 일대와 순천시, 서해안과 남해안의 일부 도서 지역에 서식하며 점차 분포범위가 확산하고 있다 (Jin 2013). 대만꽃사슴은 토착종인 고라니 (Hydropotes inermis), 노루 (Capreolus pygargus), 산양 (Naemorhedus caudatus)과 서식지 범위가 중첩되기 때문에 (Kang 2022;Eom et al. 2023c), 이러한 확산은 토착종 우제류 군집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더불어, 대만꽃사슴은 상대적으로 체구가 크고 토착종 우제류와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박명형 (crepscular) 행동 패턴을 보이기 때문에 우제목 군집 내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 (Eom et al. 2023b). 대만꽃사슴 개체군의 확산은 이처럼 토착종 생태계에 위협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활동 특성과 서식지 선택 과정에 대한 기초 생태정보 확보가 시급하다.
그러나 국내에 정착한 대만꽃사슴의 서식지 이용 특성에 대한 연구는 아직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실정이다. 최근 대만꽃사슴의 시간대별 활동 특성 (Banjade et al. 2023;Eom et al. 2023c)과 행동권 규모 (Kim et al. 2016)에 대한 기초 연구가 일부 수행되었으나, 이들 연구는 시공간적 서식지 이용 양상을 통합적으로 고려하지는 못하였다. 국내에 서식하는 다른 사슴과의 경우 미세서식지 규모에서의 자원 이용 (Kim et al. 2013;Kim et al. 2021;Son et al. 2017;Eom et al. 2019)과 계절 단위에서의 서식지 선택 과정 (Eom et al. 2023a)은 연구되었으나 일주기 단위의 행동 규모에서는 실시된 바가 없다. 사슴류는 식생 구조, 지형 등 서식지의 환경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서식지를 선택하며, 이러한 미세서식지 선택은 시간적 활동과 밀접하게 연계되므로 시공간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공간적 환경요인과 시간대별 활동정보를 통합적으로 분석하여 속리산국립공원에 서식하는 대만꽃사슴의 시공간적 미세서식지 이용 특성을 규명하고자 하며, 이는 향후 외래종 관리 전략 및 토착종과의 상호작용 분석에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2. 재료 및 방법
2.1. 연구지역
본 연구는 2022년 7월부터 2023년 5월까지의 기간 동안 속리산국립공원 법주사 일대 (북위 36°32ʹ30.1ʺ~36°33ʹ15.3ʺ, 동경 127°49ʹ20.62ʺ~127°50ʹ30.52ʺ, 해발고도 360~500 m)에서 실시되었다 (Fig. 1). 연구기간 동안 법주사 일대의 연평균 기온은 12.1°C였으며, 연간 강수량은 1,456.9 mm였다 (KMA 2024). 법주사 일대의 식생은 소나무 (Pinus densiflora)가 우점하는 침엽수림과 참나무류 (Quercus spp.)가 우점하는 활엽수림, 일부 혼효림으로 구성된다. 연구기간 동안 조사대상지에서 무인센서카메라를 활용한 선행 조사가 수행되었으며, 그 결과 법주사 일대에서는 대만꽃사슴, 고라니, 노루, 멧돼지 (Sus scrofa) 등 네 종의 우제류 서식이 확인되었다 (Ko et al. 2024).
2.2. 조사 분석
대상 개체의 서식지 이용 특성과 시간대별 활동 특성을 파악하기 위하여, 속리산국립공원 일대에 서식 중인 대만꽃사슴 수컷과 암컷 각각 1개체 (개체번호 10473, 10471)에 목걸이 형태의 GPS 발신기 (BADGE 3G; Druid Technology, Shenzhen, China)를 부착하여 위치좌표를 수집하였다. 숙련된 연구자와 수의사가 마취총 (DAN-INJECT CO2; Bushnell, Overland Park, KS, USA)과 마취제 (xylazine)를 사용하여 개체를 포획했으며, 마취제의 용량은 수의사가 개체의 체중을 고려해 kg당 2.2~4.4 mg의 범위에서 투여했다. 이후 마취에서 깨어난 개체가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것을 방사 후 관찰하였다. 해당 포획 및 방사 절차는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심의 및 승인을 거쳐 실시되었다 (승인번호: 2021-00073). GPS collar는 부착된 포유류 개체 체중의 5%를 초과하지 않는 500 g 이하로 무게를 제한하여, 이동성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였다 (Aldridge and Brigham 1988). 발신기는 1시간 간격으로 위치를 기록하도록 설정하였으며, 위성 수신의 정확도를 고려하여 dilution of precision (DOP) 값이 10 미만인 좌표만을 분석에 사용하였다. 표본의 독립성을 위해 수집된 자료 중 중복된 시간에 기록된 위치는 제외하였다.
전체 연구기간 동안 수집된 대만꽃사슴의 위치정보 4,429건의 환경변수를 대상으로 주성분 분석 (PCA)과 k-평균 군집 분석을 실시하였다. 환경변수는 각 좌표에 대응되는 지형 및 식생 조건을 기준으로 국가공간정보 자료를 이용하여 QGIS (Ver.3.40.8.)로 추출하였다 (NGII 2025). 지형변수는 고도 (elevation), 경사 (slope), 사면향 (aspect)으로 구성되었으며, 사면향은 방향성을 반영하기 위해 sin 변환값과 cosin 변환값을 사용하였다. 식생정보는 위치좌표를 중심으로 반경 50 m 내에서 침엽수림 (coniferous forest), 활엽수림 (deciduous forest), 혼효림 (mixed forest), 비산림지 (non-forest)의 비율을 계산하였다 (KFS 2025).
환경변수 기반의 서식지 이용 유형을 파악하기 위해 주성분 분석 (principal component analysis, PCA)을 실시한 후, 주요 주성분 축 (PC1~PC3)을 기준으로 k-평균 군집 분석 (k-means clustering)을 수행하였다. 엘보우 방법을 기반으로 위치자료를 2개의 집단 (집단1, 집단2)으로 분류하였으며, 집단별 서식지 특성의 정량적 비교를 위해 고도, 경사도, 사면향 (sin 변환), 사면향 (cos 변환), 침엽수림, 활엽수림, 혼효림, 비산림지 비율의 평균값과 표준편차를 산출하였다. 이후 PCA 주성분 공간에서 각 개체의 군집별 분포를 시각화하여 서식지 이용 유형의 패턴을 비교하였다.
나아가 시간대별 미세서식지 이용 특성을 파악하기 위하여 각 개체에서 군집의 시간정보를 커넬 밀도 곡선 (Kernel density curve)으로 나타내었다. 이를 통해 동일 개체 내 군집 간 활동 시간의 차이를 시각적으로 비교하였다. 군집별 서식지 특성의 정량적 모든 분석과 시각화는 R 환경 (Ver. 4.3.2 버전)에서 factoextra (Ver. 1.0.7), plotly (Ver. 4.11.0) 패키지를 활용하여 수행하였다 (Kassambara and Mundt 2020;R core team 2023;Sievert 2024).
3. 결과 및 고찰
전체 연구기간 동안 수집된 대만꽃사슴의 위치정보 4,429건의 환경변수를 대상으로 주성분 분석 (PCA)과 k-평균 군집 분석을 실시한 결과, 주요 주성분 (PC1~PC3)을 기반으로 2개 군집으로 나누는 것이 적절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개체별 좌표의 집단 특성을 3차원 주성분 공간상에 시각화하였다 (Fig. 2).
암컷 개체 (10471)의 좌표 집단1은 평균 해발고도 492.22 m, 경사도 17.03°, 침엽수림 비율 0.20, 활엽수림 비율 0.12, 혼효림 비율 0.65의 환경에서 주로 관측되었다. 반면, 좌표 집단2는 평균 416.7 m로 상대적으로 낮은 고도와 13.88°로 낮은 경사에서 분포하며, 침엽수림 비율이 0.82로 높고, 혼효림 비율은 낮은 경향을 보였다 (Table 1, Fig. 3). 수컷 개체 (10473)의 좌표 집단1은 평균 고도 504.92 m, 경사 21.51°로 비교적 높은 지형에서 분포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혼효림 비율은 0.36, 활엽수림 비율은 0.35로 다소 높은 편이었다. 좌표 집단2는 평균 432 m로 상대적으로 낮은 고도와 12.7°로 경사가 완만한 지역에 분포하며, 침엽수림 비율이 0.72로 높고, 기타 임상 비율은 전반적으로 낮은 추세를 보였다.
활동 시간대를 기준으로 각 좌표 집단의 커넬 밀도 곡선을 분석한 결과, 개체별 좌표 집단 간 뚜렷한 시간의 차이를 보였다 (Fig. 3). 암컷 10471의 집단1은 특히 4~8시 사이의 일출 시간대에 높은 활동 밀도를 보이는 박명형 패턴을 보였으나, 집단2는 일출 이후부터 일몰 전까지의 주간에 집중된 패턴을 나타냈다. 수컷 10473도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10473개체의 집단1은 4~7시 사이의 일출 시간에 활발한 박명형이었으며, 집단2는 8~16시까지 비교적 넓은 주간 시간대에 분포하는 패턴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동일 개체 내에서도 서식지 이용에 시공간적 이질성이 존재함을 시사하며, 고도, 경사 및 임상 구조의 차이가 행동 특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주간에는 상대적으로 저고도-완경사-침엽수림 지역에 위치하는 반면, 일출 시간과 일몰 시간 무렵에는 고도 및 경사가 높은 활엽수림과 혼효림 지역에서 집중된 활동 패턴을 보였다. 사슴과는 환경 조건에 따라 다양한 공간 이용 전략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llen et al. 2014;Mancinelli et al. 2015;Eom et al. 2023a). 사슴과는 일반적으로 일출과 일몰 시간대에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섭식과 이동을 주로 수행하고, 주간에는 휴식 또는 반추 등의 행동을 하며 활동성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Hofmann 1989;Arnold et al. 2004). 본 연구에서 확인된 군집 간 시간대 분포의 차이 또한 이러한 일주기 리듬에 따라 개체의 생리적 필요를 반영하여 상이한 미세서식지를 번갈아 이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Mysterud and Østbye 1995). 집단1에서 나타난 일출 시간대에 활엽수림 혹은 혼효림 지역을 이용하는 패턴은 먹이식물의 생물량 (biomass)이 많은 환경을 선호하는 섭식 활동의 전략일 수 있으며, 집단2에서 확인된 주간 시간에 저고도-완경사-침엽수림 지역에 분포하는 패턴은 상대적으로 정적인 활동에 적합한 휴식 공간 선택의 결과일 수 있다. 서식지 이용에 있어서 이러한 시공간적 분리는 대만꽃사슴이 하루 주기 내에서 활동성과 휴식 사이의 생리적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능적으로 구분된 미세서식지를 이용함으로써 생존 전략을 최적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Mysterud and Østbye 1995;Eom et al. 2019).
본 연구는 지역적 규모에서 제한된 표본을 대상으로 실시하여 암수 간 차이를 명확히 구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향후 연구에서는 조사 규모를 확대하여 성별, 경관 구조, 계절에 따른 차이를 심층적으로 규명함으로써 외래종 관리 및 토착종과의 상호작용 분석에 보다 정밀하고 신뢰성 있는 자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본 연구에서 확인된 시공간적 서식지 이용 차이는 대만꽃사슴이 하루 주기 내에서 기능적으로 구분된 미세서식지를 선택한다는 점을 보여주며, 이는 이 종의 생리적 요구와 행동 전략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된다. 이처럼 토착종과 외래종의 상호작용을 시공간적으로 통합하여 분석하는 접근은 외래 사슴류나 토착종이 군집 내에서 자원을 어떻게 분할하거나 경쟁을 회피함으로써 정착·적응 전략을 형성하는지를 밝히는 데 직접적인 단서를 제공할 수 있으며, 이는 입체적이고 실질적인 관리 전략 수립에도 필수적일 것이다.
본 연구는 대만꽃사슴의 시공간적 미세서식지 이용 특성을 통합적으로 분석하여, 동일 개체 내에서도 고도, 경사, 임상 구조에 따라 공간과 시간의 이용 양상이 달라짐을 확인하였다. 일출·일몰 시간대에 고도 및 경사가 높은 혼효림·활엽수림 지역을 이용하고, 주간에는 저고도-완경사-침엽수림 지역에 머무는 등 섭식과 휴식 활동에 따라 기능적으로 구분된 서식지를 번갈아 이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대만꽃사슴이 한반도 내 다양한 환경 조건에 적응하여 서식지의 이질적 구조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본 연구의 이러한 시공간 분석은 외래종의 생태적 특성을 정밀하게 파악하여 향후 토착종과의 생태적 지위 및 종 간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데 기초자료를 제공하며, 나아가 대만꽃사슴 관리와 보호지역 생태계 보전을 위한 실질적인 관리 전략 수립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적 요
본 연구는 외래종 대만꽃사슴 (Cervus nippon taiouanus)의 시공간적 미세서식지 이용 특성을 규명하기 위하여 GPS 위치자료를 활용하여 공간적 환경요인과 시간대별 활동 패턴을 통합적으로 분석하였다. 22년 7월부터 23년 5월까지 속리산국립공원에 서식하고 있는 대만꽃사슴 2개체 (암컷 1개체, 수컷 1개체)를 대상으로 목걸이형 GPS 위치추적기를 이용하여 시간별 위치좌표를 수집하였다. 위치좌표를 서식지 특성에 따라 주성분 분석 (PCA)과 k-평균 군집 분석한 결과, 동일 개체 내에서도 고도, 경사, 임상 구조의 차이에 따라 상이한 서식지 구조를 선택하였다. 위치좌표의 시간별 커넬 밀도 분석에서는 각 좌표 군집이 일주기 활동에서 뚜렷한 시간별 차이를 나타냈다. 특히, 박명 시간대 (일출·일몰)에는 고도가 높고 경사가 급한 혼효림과 활엽수림 지역에서 활동이 집중되었으며, 주간에는 저고도·완경사의 침엽수림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정적인 활동이 빈번하게 확인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대만꽃사슴이 일주기 리듬에 따라 섭식과 휴식을 번갈아 수행하기 위해 기능적으로 구분된 미세서식지를 선택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시공간적 분리는 외래종이 생리적 요구를 충족시키고 에너지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행동 전략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대만꽃사슴이 한반도 서식지에 유연하게 대응하여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본 연구는 외래종 대만꽃사슴의 생태적 특성을 이해하는 데 기초자료를 제공하며, 향후 토착 우제류와의 생태적 지위 중첩 및 종 간 상호작용 평가, 나아가 효과적인 관리 전략 수립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분석에 사용된 개체 수가 제한적이므로 성별, 계절, 서식지 구조를 포괄하는 장기적이고 확장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